섬진강 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환경 덕분에 다슬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이 토지면에서 다슬기 요리 하나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토지다슬기식당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토지면은 짙은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아담한 크기의 토지다슬기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커다랗게 ‘토지다슬기’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since 19??’처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숫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낙서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다슬기의 효능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간 기능 개선, 다이어트 효과”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걸 보니, 오늘 제대로 몸보신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다슬기탕, 다슬기수제비, 다슬기초무침 등 다양한 다슬기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다슬기수제비 2인분과 다슬기초무침 小자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묵은지, 풋고추찜 등 토속적인 반찬들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웠다. 특히, 갓 담근 듯 신선한 배추김치는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슬기수제비가 등장했다. 뽀얀 국물 위로 초록색 수제비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세히 보니 수제비 반죽에 부추를 갈아 넣은 듯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시골 된장국처럼 구수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수제비는 얇고 쫄깃쫄깃했다.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뜬 수제비라 그런지, 기계로 만든 수제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자랑했다. 수제비 속에는 다슬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톡톡 터지는 다슬기의 식감과 쌉싸름한 맛이 수제비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번에는 다슬기초무침을 맛볼 차례.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다슬기초무침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크게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니,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안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다슬기는 쫄깃쫄깃했고, 함께 버무려진 채소들은 아삭아삭했다. 특히, 들기름을 사용했는지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풍겨 더욱 맛있었다.
다슬기초무침을 먹다가 살짝 짜다 싶으면, 다슬기수제비 국물을 한 입 마셔주면 좋았다. 따뜻하고 시원한 국물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다슬기초무침에 밥을 비벼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어 밥 한 공기를 금세 뚝딱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핫핑크색 병에 담긴 막걸리가 눈에 띄었다. 바로 구례의 특산품인 산수유 막걸리였다. 독특한 색깔에 이끌려 산수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막걸리 잔에 따라보니, 정말 딸기우유 같은 분홍빛이 감돌았다. 맛은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과 산수유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토지다슬기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구례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시원하고 담백한 다슬기 요리는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는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식당을 나서니, 아침에 자욱했던 안개는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토지다슬기식당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겼다. 구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토지다슬기식당에 들러 다슬기 요리의 진정한 맛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지역 맛집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