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강원도 여행. 목적지는 당연히 설악산이었지만, 문득 코끝을 스치는 쌉싸름한 풀 내음에 이끌려 오대산으로 핸들을 돌렸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울창한 숲 사이로 ‘오대산 산채나라’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마치 오래된 산장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비닐이 깔려 있었는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환경을 생각하면 조금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황태구이, 곤드레솥밥 등 하나같이 강원도의 향토적인 음식들이 가득했다. 고민 끝에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산채정식 한 상이 차려졌다. 형형색색의 나물들이 작은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그 종류만 해도 스무 가지가 훌쩍 넘어 보였다. 마치 작은 정원을 옮겨 놓은 듯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곤드레 나물이었다. 짙은 녹색을 뽐내는 곤드레는 특유의 향긋함이 코를 간지럽혔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맛을 보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숲속에서 갓 뜯어온 듯 신선함이 느껴졌다.

고사리나물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간장 양념이 살짝 배어 있어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났다. 도라지나물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쌉쌀한 맛 뒤에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이었다. 취나물은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한 향이 조화로웠다. 마치 봄바람이 입안에 불어오는 듯했다.
이름 모를 나물들도 많았다. 쭈글쭈글한 모양의 나물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가느다란 줄기 모양의 나물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재미있었다. 각각의 나물들이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미식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나물 외에도 다양한 반찬들이 함께 나왔다. 뜨끈한 된장찌개는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와 애호박이 듬뿍 들어 있어 더욱 풍성한 맛을 냈다. 황태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황태의 감칠맛을 더욱 살려주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남자 조카분이 어찌나 친절한지, 원래 시키려던 메뉴 외에 황태구이까지 추가하게 만들 정도였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구운 김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김만 있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밥은 갓 지은 솥밥으로 나왔다. 뚜껑을 여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각종 나물들을 넣고 고추장을 살짝 넣어 비벼 먹으니 그 맛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나물들의 향긋함과 고추장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듯했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은 화룡점정이었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숭늉으로 입가심을 했다. 따뜻한 숭늉이 속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진 기분이었다. 마치 숲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온 듯했다.
식당 옆에는 작은 공판장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곤드레 짱아찌를 맛보고 그 맛에 반해 구입했다. 부산에서 온 손님들도 곤드레 짱아찌를 사가는 걸 보니, 역시 맛있는 건 다 똑같구나 싶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주인아주머니께서 뻥튀기 두 봉지를 쥐어주셨다. 넉넉한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뻥튀기를 먹으며 오대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졌다. 오대산 산채나라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에 오대산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곤드레 솥밥과 황태해장국도 맛봐야겠다.

참, 옥수수와 감자떡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감자떡은 하루 지나니 상했다는 후기가 있으니 꼭 당일에 먹어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옥수수도 꼭 맛봐야지.
오대산의 맑은 공기와 푸른 자연 속에서 맛보는 건강한 산채 음식.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빙 여행이 아닐까. 강원도 맛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대산 산채나라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