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이 녹아든, 예산 돼지갈비 향토 맛집 기행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았던 그 돼지갈비집. 희미한 기억 속 맛은 여전히 혀끝에 맴돌았다.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 문득 그 맛이 그리워 고향인 예산으로 향했다.

예전의 허름했던 건물은 온데간데없이, 세련되고 깔끔한 외관의 식당이 나를 반겼다. 리모델링을 거쳤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싹 바뀌었을 줄이야. 마치 새로운 맛집을 탐험하는 듯한 설렘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넓고 청결한 매장은 가족 단위 손님이나 단체 회식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다. 테이블마다 설치된 키오스크는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2회까지 가능한 반찬 리필 기능은 만족감을 더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에 놓인 따뜻한 물수건을 받아 드니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은 기분 좋은 식사를 위한 첫걸음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돼지갈비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스테인리스 볼에 담긴 신선한 샐러드는 새콤달콤한 드레싱이 입맛을 돋우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회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샐러드에는 유자가 살짝 섞여 있어 상큼함을 더했고, 묵밥은 시원하게 속을 달래주었다. 뜨겁게 달궈진 숯불이 들어오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갈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촉촉한 양념에 푹 재워진 돼지갈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윤기가 흐르는 돼지갈비
달콤 짭짤한 양념에 숙성된 돼지갈비의 자태.

뜨거운 숯불 위에 돼지갈비를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화력이 좋아서 금세 갈비가 익어갔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갈비를 보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섬세한 불 조절은 필수. 타지 않도록, 그렇다고 너무 덜 익지도 않도록 정성껏 구워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잘 익은 갈비 한 점을 집어 입안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과 달콤 짭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어릴 적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갈비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갈비는 언제나 옳다.

상추에 쌈무, 파채, 마늘을 얹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특히 이곳의 동치미는 돼지갈비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갈비의 느끼함을 시원하게 잡아주어, 끊임없이 갈비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중간중간 순두부도 먹어줬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순두부는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뽐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직접 담근 김치는 시원하고 아삭했으며, 샐러드는 신선하고 상큼했다.

갈비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냉면을 주문했다. 사실 이 집은 ‘예산냉면갈비’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냉면도 꽤나 유명하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함흥냉면은, 돼지갈비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하지만 예전에 냉면 맛이 너무 없었다는 혹평도 있어서, 솔직히 조금 걱정되긴 했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니,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전의 밍밍했던 육수는 온데간데없이,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쫄깃한 면발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고, 매콤한 양념은 입맛을 돋우었다. 역시 냉면과 갈비의 조합은 진리였다. 차가운 냉면과 따뜻한 갈비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냉면 맛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훌륭한 맛이었다.

시원한 동치미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시원한 동치미.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따뜻한 누룽지가 나왔다. 구수한 누룽지는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어릴 적에는 이 누룽지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역시 어른이 되어서 먹어도 여전히 맛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누룽지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신선한 쌈 채소
다양하고 신선한 쌈 채소는 건강한 식사를 돕는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맛있게 드셨어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서 계산하시는 모습만 봤었는데, 이제는 내가 계산을 하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어릴 적 추억이 가득 담긴 이 곳이 오랫동안 예산의 맛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깔끔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예산의 돼지갈비 맛집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쌈밥도 한번 먹어봐야지. 싱싱한 쌈 채소와 집밥처럼 정갈한 반찬들이 가득한 쌈밥도 분명 훌륭할 것이다.

상큼한 샐러드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샐러드는 식사의 시작을 알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장소를 다시 찾았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다. 예산은 나에게 단순한 고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포근한 품과 같은 곳이다. 앞으로도 종종 예산을 찾아,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되새기며 힘을 얻어야겠다. 그리고 이 맛집도 잊지 않고 꾸준히 방문해야지.

푸짐한 한 상 차림
다채로운 반찬과 함께 즐기는 푸짐한 한 상 차림.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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