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 거릴 수 없지.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아 나섰다. 그러다 문득,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설렁탕집이 떠올랐다.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 인천의 맛집이라 불리는 ‘삼강옥’이었다. 평소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 먹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곳이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했다.
동인천역 근처에 위치한 삼강옥은 겉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 외관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커다란 간판에 적힌 ‘SINCE 1946’이라는 문구가 이 집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건물 전체를 담은 사진(Image 1)에서 보듯, 밤에 은은하게 빛나는 간판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주차장도 넓어서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혼자 온 손님, 가족 단위 손님,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정갈하게 놓인 수저통과 냅킨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이 편안함을 더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설렁탕, 도가니탕, 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설렁탕’이었다. 80년 전통의 설렁탕 맛은 어떨까? 고민할 것도 없이 설렁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렁탕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소면과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가장 먼저 국물 맛을 봤다.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국물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육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국물 한 모금에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부터 맛봤다. 부드러운 면발이 혀를 간지럽혔고, 쫄깃한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직접 담근다고 했다. 김치(Image 7)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아삭했고, 깍두기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했다. 특히 깍두기 국물을 설렁탕에 넣어 먹으니,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깍두기의 시원함이 설렁탕의 깊은 맛을 더욱 끌어올려 주는 느낌이었다.

설렁탕을 먹으면서 문득 도가니무침이 궁금해졌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도가니무침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쫀득하고 탱탱한 도가니와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환상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결국, 나도 도가니무침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도가니무침이 나왔다. 쫄깃해 보이는 도가니와 신선한 채소들이 빨간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도가니를 집어 입에 넣으니,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매콤달콤한 양념은 도가니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신선한 채소는 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었다. 특히, 청양고추와 함께 먹으니 매콤함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건 정말 술안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도가니무침에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들의 친절함도 인상적이었다.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장님의 따님으로 보이는 분은 웃는 모습이 예쁘고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어느새 설렁탕 한 그릇과 도가니무침을 깨끗하게 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고, 다음에 또 오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삼강옥에서 맛본 설렁탕과 도가니무침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80년이라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깊고 풍부한 맛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전통과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인천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 할 인천의 맛집으로 내 마음속에 저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차 안에서 나는 삼강옥에서의 기억을 곱씹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맛있는 설렁탕을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