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의 번화한 거리를 벗어나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니, 지하에 숨겨진 듯 자리 잡은 기리야마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우동명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일본어로 쓰인 글자들이 왠지 모르게 정통의 향기를 풍겼다. 평소 우동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기분에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놀랐다.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감싸는 홀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우동 그릇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활기차게 울려 퍼졌다. 11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는 후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행히 혼자 온 덕분에 금방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다양한 우동 메뉴와 스시, 돈카츠 등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리야마 디너 코스’였다. 코스 메뉴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오늘은 가볍게 점심을 먹으러 온 것이니, 다음 기회에 꼭 한번 맛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고민 끝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이 집의 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자루우동과 런치 스페셜 스시를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기다리던 자루우동과 스시가 나왔다. 쟁반 위에는 윤기가 흐르는 우동 면과 신선해 보이는 스시, 그리고 쯔유와 야쿠미(곁들임)가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자루우동은 나무로 된 얕은 접시 위에 대나무 발을 깔고 면을 소복하게 담아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면발의 탱글탱글함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쯔유에는 갈은 마가 함께 제공되었다. 쯔유에 마를 넣어 먹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섞어보았다. 마의 미끈거리는 질감이 쯔유에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우동 면을 집어 쯔유에 살짝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 가득 퍼지는 쫄깃한 면발의 식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면은 일반적인 우동 면보다 가늘었지만, 쫄깃함은 오히려 더 강렬했다.
쯔유는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마가 쯔유의 짠맛을 잡아주는 듯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쯔유에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시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본 현지에서 먹는 듯한 깊고 풍부한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스시는 런치 스페셜답게 다양한 종류의 스시가 한 점씩 제공되었다. 광어, 연어, 참치, 새우 등 4가지 종류의 스시가 나왔는데, 밥알의 찰기와 신선한 재료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연어 스시의 풍미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옆 테이블에서 미소 돈카츠와 우동을 함께 시킨 것을 보니, 돈카츠도 놓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소 돈카츠와 따뜻한 국물의 우동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따뜻한 우동과 함께 독특한 비주얼의 미소 돈카츠가 나왔다. 돈카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고, 미소된장이 들어간 소스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돈카츠 소스가 된장인 것이 신기했지만,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깊은 맛을 더해주는 듯했다.
우동은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특히 국물에 들어간 토로로(마)가 우동 특유의 감칠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니, 뱃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런치 스페셜 가격이 31,000원이었다. 강남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기리야마는 일본 1등 서기관을 지낸 외교관이 일본에서의 맛을 잊지 못해 직접 개업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음식 하나하나에서 일본 현지의 맛과 정성이 느껴졌다. 매장 입구에는 수년간 블루리본을 획득한 것을 자랑스럽게 전시해 놓았다.

기리야마는 강남에서 일본 현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맛집이었다. 쫄깃한 면발과 깊은 풍미의 국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스시, 그리고 독특한 미소 돈카츠까지, 모든 메뉴가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손님이 워낙 많아 테이블에 기본 찬이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직접 가져다 먹어야 하고, 주문한 메뉴도 다소 늦게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음식 맛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하여 기리야마 디너 코스를 꼭 한번 맛봐야겠다.

나오는 길에 보니, 주문은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메뉴 사진과 함께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주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리야마는 주차도 편리하다. 1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니, 차를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강남에서 제대로 된 우동을 맛보고 싶다면, 기리야마를 강력 추천한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쫄깃한 면발과 깊은 풍미의 국물은 분명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좀 더 여유로운 시간에 방문해서, 다양한 메뉴를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다. 특히 일본인 지인이 극찬했다는 토로로우동과 튀김도 꼭 맛봐야겠다. 기리야마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일본의 맛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기리야마 입구에 붙어있는 메뉴 포스터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다음 방문에는 꼭 어떤 메뉴를 먹어볼지 미리 생각해두어야겠다. 강남에서 이토록 훌륭한 우동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기리야마가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