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산청에 발을 디뎠다. 지리산의 정기를 품은 이 고장에서, 흑돼지와 영양 돌솥밥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 식당을 찾아 나섰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기대와 설렘을 안고 목적지를 향해 핸들을 돌렸다. 솔직히 말하면, 방문 전 몇몇 리뷰를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들이 혼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이는 불편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설마 내가 그런 일을 겪겠어?’ 하는 마음으로, 애써 긍정적인 상상을 하며 식당 문을 열었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한우와 흑돼지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영양 돌솥밥 정식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아 보였다. 나 역시 갈비탕에 눈길이 갔지만, 왠지 모르게 돌솥밥을 먹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이끌려 주문을 마쳤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돌솥밥이 나오기 전, 따뜻한 수육과 전이 먼저 나왔다. 특히 수육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갓 부쳐낸 전 역시,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따뜻한 차를 홀짝이며,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이 등장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코를 간지럽혔다. 밤, 대추, 은행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이 아낌없이 들어간 영양 돌솥밥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밥을 그릇에 덜어내고,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 준비를 했다.
돌솥밥과 함께 나온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김치, 나물, 젓갈 등 10가지가 넘는 반찬들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맛보는 듯한 푸근함을 선사했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젓갈은, 돌솥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따끈한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 나니, 정말 든든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사가 끝난 후, 후식으로 시원한 식혜가 제공되었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식혜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식당을 나서기 전, 계산대에서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냉면 가격 때문이었다. 메뉴판에는 고기를 먹은 후 냉면을 주문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고 적혀 있었다. 분명히 고기를 먹었는데, 냉면 가격은 할인 전 가격으로 계산되어 있었다.
“저기, 저희 고기 먹었는데 냉면 가격이…”
조심스럽게 문의하자, 직원은 되레 “고기 드셨어요?”라고 되물었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직원은 잠시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아, 그러네요”라며 할인된 가격으로 다시 계산해 주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조금 실망했다. 마치 내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처럼 취급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어쩌면 직원이 바빠서 깜빡했을 수도 있고,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식당을 나서면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은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계산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는 왠지 찜찜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은 기억이 훨씬 컸다. 맛있는 돌솥밥과 정갈한 반찬들, 그리고 따뜻한 숭늉과 시원한 식혜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산청 지역 맛집 기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만약 이 식당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흑돼지보다는 영양 돌솥밥 정식을 추천하고 싶다. 푸짐한 반찬과 함께 즐기는 돌솥밥은, 정말 꿀맛이다. 그리고 계산할 때, 할인 혜택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물론, 모든 사람의 입맛은 다르고, 경험 또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산청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이 식당에 꼭 다시 들러 흑돼지 맛집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그때는 좀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며칠 후, 문득 그 식당의 흑돼지 맛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특히 불친절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흑돼지를 먹었다가 실망했다는 리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비계가 90%였다는 둥, 고기가 질겼다는 둥…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푸짐한 돌솥밥 정식에 대한 좋은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그래, 한 번 더 가보는 거야!’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그 식당을 찾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흑돼지, 특히 삼겹살과 목살을 집중적으로 공략해보기로 했다.
지난번 방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다소 한적한 시간대에 방문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역시나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이 눈에 띄었다. 2인분씩 주문하려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혹시나 비계만 가득한 고기가 나오면 어쩌나, 질긴 고기를 억지로 씹어야 하면 어쩌나… 하지만 이왕 마음먹은 김에, 용기를 내어 주문을 마쳤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들이 차례대로 세팅되었다. 깻잎 장아찌, 갓김치, 콩나물무침 등 다양한 밑반찬들은 여전히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갓김치는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밑반찬을 맛보면서,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이 등장했다. 그런데… 맙소사! 삼겹살 세 덩이 중 한 덩이는 정말이지 비계가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목살 역시, 일부는 목살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처럼 보였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저기요…”
나는 직원을 불러, 삼겹살의 상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의했다. 직원은 고기를 쓱 보더니, “원래 삼겹살은 비계가 좀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건 ‘비계가 좀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의 비계 덩어리나 다름없었다.
“아니, 이건 너무 심한데요… 거의 비계밖에 없잖아요.”
내 항의에 직원은 마지못해 고기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살이 문제였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막상 구워서 먹어보니 질기고 퍽퍽했다. 특히 심줄이 많이 박혀 있어서, 제대로 씹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7만원이나 되는 돈을 지불하고, 불쾌한 경험만 떠안게 된 것이다. ‘다시는 이 식당에 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면서 말이다.
두 번의 방문을 통해, 나는 이 식당에 대한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기억을 갖게 되었다. 푸짐하고 맛있는 돌솥밥 정식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지만,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은 최악의 경험이었다.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 역시, 실망감을 더했다.

이 식당은 분명 산청에서 나름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모든 메뉴가 다 훌륭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흑돼지는 품질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또한, 고객 응대 서비스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만약 이 식당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돌솥밥 정식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흑돼지를 꼭 먹어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친절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나의 산청 맛집 기행은 이렇게 후회와 감동 사이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맛집을 선택할 때,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의 산청 맛집 스토리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