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라운딩 약속이 잡혔다. 아시아나 CC 근처라는 말에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용인에서 이름난 맛집이라는 금성식당.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는 그곳, 40년 전통의 깊은 맛을 간직한 청국장이 그렇게 유명하다기에 라운딩 후 점심 식사 장소로 망설임 없이 정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식당 주변을 둘러봤다. 간판에는 커다랗게 ‘금성’ 두 글자가 박혀있고, 그 옆으로 정겹게 한글로 풀이된 메뉴들이 쓰여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주변에는 골프를 마치고 온 듯한 차들이 속속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역시, 소문대로 골퍼들에게 꽤나 알려진 곳인가 보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돌 바닥이 발을 감쌌다. 겨울에 방문하면 그 따스함이 배가될 듯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밥을 먹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토종닭백숙, 닭볶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오늘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청국장이었다. 4인 가족이 방문했다는 한 후기를 떠올리며, 토종닭백숙 한 마리에 청국장 2인분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맥주와 사이다를 섞은 ‘맥사’도 빠질 수 없지.
주문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집에 온 듯, 테이블 가득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빈틈없이 놓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잡채,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볶음김치, 짭짤한 간장으로 맛을 낸 꽈리고추 멸치볶음, 싱싱한 오이와 양파를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오이무침, 그리고 슴슴하게 간이 밴 감자조림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마치 시골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듯한 푸근한 비주얼이었다.

젓가락을 들어 잡채를 맛봤다.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간이 입맛을 돋우었다. 볶음김치는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반찬들의 간이 전체적으로 강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짜거나 맵기만 한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퍼지는 깊은 맛이 오랜 내공을 느끼게 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반찬들을 하나씩 맛보며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했다.
밑반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종닭백숙이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뽀얀 국물에 잠긴 커다란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닭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파와 버섯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붉은 빛깔의 양념장이 식욕을 자극했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닭을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닭 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소금에 살짝 찍어 맛봤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닭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더욱 좋았다. 푹 고아진 닭은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될 정도로 야들야들했다. 뜨끈한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닭고기의 풍미가 그대로 녹아든 국물은 마치 보약을 마시는 듯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었다.

닭백숙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은 특유의 향긋하면서도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숟가락으로 크게 한 술 떠서 맛을 봤다. 깊고 진한 청국장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시판 청국장과는 확연히 다른, 제대로 발효된 정통 청국장의 맛이었다.
청국장 안에는 큼지막한 두부와 청국장 콩이 듬뿍 들어 있었다. 특히, 콩의 양이 많아서 좋았다. 숟가락으로 콩을 듬뿍 떠서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청국장의 깊은 맛과 콩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금성식당의 청국장은 어머니가 어릴 적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깊은 맛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오랜 시간 정성으로 발효시킨 청국장의 깊은 풍미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듯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금성식당은 단순히 오래된 식당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세월의 깊이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은 마치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는 듯한 따뜻함을 느끼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가 빵빵했다. 닭백숙과 청국장, 그리고 푸짐한 밑반찬까지, 정말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직원분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였지만, 속정 깊은 미소로 화답해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금성식당은 아시아나 CC 근처에 위치해 있어 라운딩 후 식사 장소로도 좋지만, 굳이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오랜 전통이 깃든 깊은 맛과 푸근한 분위기는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다음에 용인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가 잊을 수 없는 청국장의 맛을 다시 느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