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과 봉천역 사이, 그 어딘가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짜장면, 짬뽕 없는 찐 중국 요리 전문점이라니. 늘 먹던 익숙한 맛이 아닌, 현지의 향이 물씬 풍기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발걸음을 옮겼다. ‘루비정’, 붉은 글씨로 쓰인 간판이 눈에 띄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민속주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인테리어라니! 하회탈과 기와집 컨셉의 내부 장식, 뜬금없는 레트로 TV장이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낯선 중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종업원들과 손님들 사이에서 중국어가 오가는 모습은 마치 작은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여느 중식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낯선 이름들이 가득했다. 마라룽샤, 향라새우, 농가찜… 메뉴 선정부터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여러 후기에서 극찬을 받았던 가지튀김과 홍소육 덮밥, 그리고 마라룽꾸면을 주문했다. 메뉴판 디자인은 검은 가죽 느낌으로 되어 있고, 붉은색 한자와 노란색 영문으로 상호명이 적혀 있었다. 오래된 듯한 느낌이 오히려 정통 중국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지튀김이었다. 갓 튀겨져 나온 듯,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옷을 입은 가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겉은 크리스피할 정도로 바삭했고, 찹쌀가루의 쫀득함과 가지의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식감과 풍미였다. 튀김 위에 뿌려진 소스 또한 신의 한 수였다. 파프리카마저 맛있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다음으로 맛본 메뉴는 홍소육 덮밥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홍소육이 밥 위에 듬뿍 올려져 나왔다. 홍소육은 겉은 살짝 쫀득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웠고, 달콤 짭짤한 간장 소스가 깊게 배어 있었다.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다만, 밥 양이 조금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다음에는 밥을 더 달라고 요청해야겠다. 큼지막한 고기 조각들과 윤기 흐르는 밥알의 조화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마지막으로 맛본 메뉴는 마라룽꾸면이었다. 붉은 국물 위에 푸짐하게 올려진 고기와 채소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마치 우육면과 뼈해장국을 섞어놓은 듯한 오묘한 맛이었다. 마라 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면발은 쫄깃했고, 국물과 잘 어우러졌다. 다만, 뼈에 붙은 살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면 위에 올려진 초록색 채소가 붉은 국물과 대비되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전반적으로 음식 맛은 훌륭했다. 특히, 가지튀김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른 메뉴들도 평타 이상의 맛을 자랑했다. 이곳은 한국식 중식당이라기보다는 진짜 중국 음식점에 가까웠다. 메뉴 구성이 낯설 수 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중국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었고, 양도 푸짐했다. 여자 둘이서 메뉴 세 개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조금 남겼다. 다음에는 인원수대로만 시켜야겠다. 음식을 남기는 건 죄악이니까.
루비정은 향신료 향이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극호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을 때 손님의 70%는 중국인이었다. 그만큼 현지와 비슷한 느낌의 중식을 제공한다는 뜻이겠지.
이곳은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독특하다. 민속주점 인테리어와 중국 노래, 중국어를 사용하는 손님과 직원들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장님 또한 매우 친절하셨다. 주문을 받는 동안에도,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응대해주셨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골목에 주차할 공간이 많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큰 길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되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낯선 분위기와 독특한 메뉴,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신림에서 찐 중국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루비정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마라룽샤와 향라새우에 도전해봐야겠다.

며칠 뒤, 루비정에서 또 다른 메뉴들을 맛보았다. 이번에는 농가찜과 소고기볶음밥을 주문했다. 농가찜은 돼지갈비, 감자, 고구마, 콩껍질, 옥수수 등을 찐 후 소스에 볶은 요리였다. 푸짐한 양에 놀랐지만, 고기 양이 조금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맛은 비교적 덜 자극적인 편이었다. 농가찜은 마치 커다란 찜 요리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고, 곁들여 나온 꽃빵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소고기볶음밥은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시켰는데, 이번에는 밥이 심하게 되고 싱거워서 별로였다. 역시 음식 맛은 날마다 조금씩 다른가 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식 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소고기볶음밥 위에는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나왔는데, 노른자를 터뜨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그나마 조금 나았다.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마라샹궈와 꿔바로우를 꼭 먹어봐야겠다. 특히, 마라샹궈는 마라가 정말 무자비하게 들어간다고 하니, 엄청 기대된다. 꿔바로우도 홍식초를 좀 더 많이 뿌려서 톡 쏘는 향이 진하고, 다른 곳들보다 더 바삭하게 튀긴다고 하니, 꼭 맛봐야겠다.
루비정은 신림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중국이었다. 낯선 분위기와 독특한 메뉴, 친절한 서비스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앞으로도 나는 루비정의 단골손님이 될 것이다. 신림 주민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혼밥보다는 여럿이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메뉴를 시켜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양이 푸짐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다양한 중국 술도 판매하고 있으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루비정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문화 체험과도 같았다. 낯선 언어와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찐 중국 요리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신림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루비정을 방문해보자. 분명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신림 지역 맛집 루비정,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