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약속이 있던 날, 며칠 전부터 몸이 으슬으슬한 것이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뜨끈한 국물로 몸보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삼계탕 전문점을 향했다. ‘궁중삼계탕’,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깊은 역사와 전통의 향기가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니, 웅장한 건물 외벽에 걸린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은 Since 1975라는 문구와 함께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건물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촘촘히 달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앞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종로 맛집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웨이팅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은은한 한약재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테이블 간 간격은 적당했고, 테이블마다 놓인 스테인리스 물통과 컵, 냅킨통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백열전구 빛깔의 조명이 따스한 분위기를 더했고, 벽에 걸린 그림들은 편안함을 주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18,000원짜리 궁중 한방 삼계탕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삼계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옻, 녹두, 매운, 카레 등 특색 있는 재료를 활용한 삼계탕들이 눈에 띄었다. 흑마늘, 누룽지, 들깨 삼계탕은 25,000원으로 가격대가 조금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맛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궁중한방 닭도리탕’은 60,000원(대) / 55,000원(소) 라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고민 끝에, 나는 들깨 삼계탕과 누룽지 삼계탕을 주문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집의 카레 삼계탕이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다음 방문 때는 꼭 한번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 찬들이 테이블에 놓였다. 깍두기, 겉절이 김치, 쌈장, 마늘, 고추, 양파 장아찌, 깻잎 장아찌 등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동치미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삼계탕이 나오기 전, 동치미를 들이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들깨 삼계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에 듬뿍 뿌려진 들깨가루가 고소한 향을 풍겼다. 뚝배기 안에는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담겨 있었고, 파와 고추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닭을 살짝 건드려보니, 살점이 부드럽게 찢어졌다. 닭 잡내 없이 야들야들한 살결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특히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들깨의 고소함과 닭 육수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주문한 누룽지 삼계탕도 훌륭했다. 구수한 누룽지 향이 식욕을 자극했고, 닭고기와 함께 누룽지를 떠먹으니 든든함이 느껴졌다. 뜨끈한 국물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으니, 몸 속 깊은 곳부터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감기 기운이 싹 사라지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역시 삼계탕은 최고의 보양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가격은 주변 삼계탕집보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맛과 품질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와서 몸보신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맛있는 녀석들’ 포스터를 발견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가게를 나섰다. 주차는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점심시간에는 주차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조금 안쪽에 더 큰 주차장이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종로에서 맛있는 삼계탕을 찾는다면, ‘궁중삼계탕’을 강력 추천한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아늑한 분위기까지 더해져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들깨 삼계탕은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올여름, 궁중삼계탕에서 몸보신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