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5일장의 활기 넘치는 풍경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오직 한 곳, 낡은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신천일 막국수였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나는 오래된 나무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후끈한 열기와 함께 정겨운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은 연륜이 느껴지는 동네 주민들이었고, 자전거 동호회인지 져지를 맞춰 입은 단체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혼자 온 나는 조금 어색했지만, 친절한 직원분들이 금세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막국수와 빈대떡, 그리고 편육. 메뉴는 단 세 가지였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나는 막국수와 편육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편육이 먼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육과 붉은 빛깔의 부추무침이 보기 좋게 담겨 있었다. 젓가락으로 편육 한 점을 집어 새우젓을 살짝 올려 입에 넣으니, 놀랍도록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들기름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부추무침은, 짭짤한 액젓의 감칠맛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 집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편육이라는 말이 정말이었다.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지는 맛이었다.

곧이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막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면 위에 뿌려진 양념장을 보는 순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다진 파와 마늘,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양념장은, 마치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 소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양념과 함께 맛을 보니, 역시 예상대로 독특한 맛이 느껴졌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메밀 함량이 높지 않은 듯, 면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함께 나온 면수를 부어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면수는 차가운 냉육수였는데, 짭짤한 양념과 어우러져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식초와 겨자를 살짝 넣어 먹으니,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같이 제공되는 동치미 국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청량한 동치미 국물은, 막국수의 짭짤한 맛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사실 처음에는 독특한 양념 맛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내가 평소에 먹던 막국수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막국수 한 그릇을 비워냈다.
아쉬운 마음에 빈대떡도 하나 주문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지만, 광장시장에서 먹었던 빈대떡처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격이 저렴하니,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았다.

신천일 막국수는, 내 입맛에는 완벽한 화천 맛집이었다. 슴슴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 저렴한 가격, 그리고 푸근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5일장날 방문하면, 시장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가게 앞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장날에는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신천일 막국수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화천 사람들의 삶과 추억이 담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도 화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막국수 한 그릇을 맛보고 싶다. 그때는 편육에 막걸리 한 잔도 함께 곁들여야겠다.
참고로, 신천일 막국수는 점심시간에만 영업을 한다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곳은 85%가 참기름 비법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참기름이 많이 들어간 듯한 고소함이 특징이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방문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백종원 씨가 와서 극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가게를 나섰다.

화천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천일 막국수에서 맛본 막국수의 독특한 풍미와 따뜻한 인심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 화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 그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신천일 막국수는 단순한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강원도 화천의 정겨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고, 푸근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혹시 화천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