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로 향하는 길목, 단풍처럼 붉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양자강’ 세 글자가 정겹게 다가왔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다는 문구와 택시 기사님들의 추천이 쏟아지는 곳이라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왠지 모르게, 오늘 점심은 여기서 해결해야겠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주차는 삼거리 쪽에 마련된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다. 평일이라 다행히 주차 단속은 피할 수 있었지만, 주말에는 꽤나 붐빈다고 한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밖에서 메뉴를 훑어보니, 비빔짬뽕이 단연 눈에 띄었다. 하지만 탕수육과 간짜장도 놓칠 수 없는 메뉴라는 생각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인테리어가 오히려 편안함을 주었다. 벽 한켠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싸인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유명인의 사진과 함께 정겹게 쓰인 메시지들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비빔짬뽕과 간짜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비빔짬뽕이 테이블에 놓였다. 붉은 양념이 면발과 야채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강렬했다. 걸쭉한 국물이 자작하게 깔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얼른 젓가락을 들어 면을 휘저으니, 숨어있던 해산물과 채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입을 입에 넣는 순간, 강렬한 첫인상을 받았다. 흔히 먹던 짬뽕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맛이었다. 채수를 베이스로 한 육수 덕분인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면은 일반적인 중식 면발이었지만, 양념과 잘 어우러져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양파를 비롯한 채소들은 불에 강하게 볶은 듯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은은한 단맛을 더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짬뽕에서 흔히 느껴지는 불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게 안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시큼한 냄새는, 예민한 사람이라면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게 입구 바로 옆에 짬통이 있어, 웨이팅하는 동안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이어서 나온 간짜장은, 면과 소스가 따로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 소스에는 잘게 다진 야채와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소스를 면 위에 붓고 젓가락으로 비비니,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역시나 짰다. 춘장의 깊은 맛은 좋았지만, 조금만 덜 짰더라면 훨씬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함께 나온 탕수육은 옛날 탕수육 스타일이었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소스는 케첩 베이스의 달콤새콤한 맛이었는데, 튀김과 아주 잘 어울렸다. 특히, 양파를 비롯한 야채가 듬뿍 들어 있어 느끼함을 잡아주는 점이 좋았다. 탕수육은 비빔짬뽕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가격은 정말 착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가격으로 이런 퀄리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서비스는 바쁜 와중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지만, 솔직히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주문을 받는 순서가 기다린 순서가 아니라, 가까운 순서대로 받는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양자강에서의 식사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비빔짬뽕은 분명 독특한 매력이 있었지만,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을 것 같지는 않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지만,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내장사를 방문하는 길에 들러, 짬뽕 한 그릇과 함께 추억을 되새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쌍화차 거리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짬뽕으로 얼얼해진 입 안을, 따뜻한 쌍화차로 달래는 코스는 정말 환상적이다. 식사 후 쌍화차 한 잔을 마시며, 정읍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비빔짬뽕을 먹기 위해 정읍까지 찾아올 정도의 맛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장사나 쌍화차 거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독특한 맛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다음에 다시 정읍에 방문하게 된다면, 양자강에 또 들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때는 비빔짬뽕 대신 얼큰한 일반 짬뽕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로운 평일에 방문하여, 붐비지 않는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 그때는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읍에서의 짧은 여행은, 양자강의 비빔짬뽕 덕분에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해본다. 정읍 지역의 숨겨진 맛집을 찾는다면, 양자강에서 특별한 맛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