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너머 숨겨진 보석, 성읍민속마을 맛집 ‘섬읍이네’에서 만난 카레 향기 가득한 제주 미식 여행

제주도의 푸른 하늘 아래, 낡은 내비게이션을 탓하며 좁은 골목길을 헤매던 끝에 드디어 ‘섬읍이네’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굽이굽이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겉모습은 소박한 시골집이었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따뜻한 기운은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주변 갓길에 조심스레 차를 대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나무 대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했다. 담쟁이 넝쿨이 드리워진 돌담, 아담한 마당,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작은 나무 벤치는 정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카레 & 국수”라고 쓰인 나무 간판과 앙증맞은 화분들이 놓인 창가는 이 집의 개성을 드러내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늑하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겉에서 풍기는 옛스러움과는 달리, 내부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 그리고 벽면에 걸린 작은 그림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2인 손님과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혼자 여행 온 나에게는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꽤나 반가웠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섯 팀 정도가 웨이팅 중이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살펴보니, 카레, 고기국수, 갈비튀김만두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흑돼지 커리였다. 제주 흑돼지를 사용했다는 점과 독특한 비주얼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잠시 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대표 메뉴인 흑돼지 커리와, 제주에 왔으니 고기국수를 안 먹어볼 수 없지! 그리고 왠지 모르게 끌리는 갈비튀김만두까지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무말랭이 피클이 나왔다. 흔한 오이피클 대신 무말랭이 피클을 내어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 무말랭이 피클은 따로 판매도 한다고 하니, 그 맛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방문객들의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저마다의 추억과 감상이 담긴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쪽 벽면에는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커리가 나왔다. 쟁반 위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 커리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샛노란 카레 위에는 흑돼지 튀김, 반숙 계란, 그리고 밥이 예쁘게 올려져 있었다. 카레 위에는 ‘섬읍’이라는 글자가 마요네즈로 귀엽게 장식되어 있었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사진을 찍는 손이 멈춰지지 않았다.

젓가락으로 흑돼지 튀김을 집어 입에 넣으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흑돼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카레는 부드럽고 약간 매콤한 맛이 났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딱 알맞은 맵기였다. 밥 위에 카레와 흑돼지 튀김을 올려 한 입 가득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왜 이 메뉴가 대표 메뉴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고기국수였다. 뽀얀 국물 위에 돔베고기와 김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느껴졌다. 면은 쫄깃쫄깃했고, 돔베고기는 부드러웠다. 느끼함 없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른 유명 고기국수집보다 훨씬 맛있다는 평이 있을 정도라니, 그 맛은 보장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갈비튀김만두를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만두피 안에 달콤한 갈비 양념이 된 고기가 가득 차 있었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라고 할까.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아이들 입맛에도 딱 맞을 것 같았다. 군대 PX에서 먹던 갈비만두 맛과 비슷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퀄리티는 훨씬 높았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어르신 사장님께서 “많이 먹어서 보기 좋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왠지 모르게 정겹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계산대 옆에는 무말랭이 피클이 판매되고 있었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에 망설임 없이 하나 구입했다.

가게를 나서면서, 다시 한번 외관을 살펴보았다. 낡은 돌담과 나무 대문,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작은 벤치가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주차는 주변 도로변에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섬읍이네는 제주도 성읍민속마을에 숨겨진 작은 보석 같은 곳이었다. 아늑한 분위기, 정갈한 음식,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흑돼지 커리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섬읍이네에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게가 작고 회전율이 느려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멸치국수와 유자강정을 먹어봐야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니,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역시 여행의 완성은 맛집 탐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섬읍이네에서 맛본 따뜻한 밥 한 끼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채워주는 듯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만끽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도 섬읍이네는 꼭 다시 방문해야 할 곳 1순위로 찜해두었다.

섬읍이네 외부 전경
정겨운 분위기의 섬읍이네 외부 모습
흑돼지 커리, 고기국수, 무말랭이 피클
섬읍이네 대표 메뉴, 흑돼지 커리와 고기국수
섬읍이네 내부 모습
아늑하고 깔끔한 섬읍이네 내부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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