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뚝도시장 7번 게이트를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낡은 시장 입구는 마치 시간 여행의 입구처럼 느껴졌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메뉴판 없는, 그러나 모든 것이 있는 듯한 특별한 공간이다.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를 뚫고 안으로 들어서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은 실비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원래 노룬산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공사로 인해 2년 전 뚝도시장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어머님이 운영하시던 곳을 지금은 젊은 따님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젊은 감각과 오랜 전통이 어우러져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께서 “뭐 드릴까?” 하고 물어오셨다. 메뉴판이 없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왔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육개장과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메뉴판이 없는 대신, 사장님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듯 내가 원하는 메뉴를 척척 만들어주실 것 같은 믿음이 갔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하니, 부담 없이 이것저것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는 정갈한 밑반찬들이 놓였다. 잘 익은 김치, 향긋한 달래 무침, 쌈장, 그리고 큼지막하게 썰어낸 양파와 마늘까지. 소박하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갓 담근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랄까. 밑반찬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윽고 육개장이 테이블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육개장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진한 국물에서는 깊은 맛이 느껴졌고, 푸짐하게 들어간 고기와 야채는 든든함을 더했다. 특히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추운 날씨에 얼어붙었던 몸을 순식간에 녹여주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육개장을 맛보는 동안,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도 등장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는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큼지막한 생선 살을 발라 따뜻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닭볶음탕을 먹고 있었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닭고기와 감자가 듬뿍 들어 있었고, 매콤한 양념이 군침을 돌게 했다. 나도 모르게 “저 닭볶음탕도 하나 주세요!”라고 외칠 뻔했다. 다음에는 꼭 닭볶음탕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지들을 살펴보니, 닭볶음탕 외에도 조개탕, 김치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는 듯했다. 하나같이 푸짐하고 맛있어 보여서, 다음 방문 때는 어떤 메뉴를 먹을지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
실비집 내부는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테이블은 몇 개 없었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고, 군데군데 낡은 흔적이 보였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이곳의 매력을 더하는 듯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노룬산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재개발 때문에 뚝도시장으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젊은 따님이 가업을 이어받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손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까지.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더욱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실 수 있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세련된 분위기도 없지만, 이곳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곳. 이런 곳이 진정한 맛집이 아닐까.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뚝도시장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시장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7번 게이트를 나서며,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시장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위생적인 면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장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노포의 정취를 사랑하고,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뚝도시장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푸근함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유튜브에서 보던 화려한 맛집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소박하고 정겨운 곳에서 진정한 맛과 사람 냄새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메뉴에 없는 특별한 음식을 주문해봐야겠다. 사장님은 어떤 요리를 만들어주실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을 ‘그저 그런 시장 내 실비집’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레트로 감성이나 낭만을 지나치게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억지로 꾸며낸 레트로가 아닌, 진짜 세월의 흔적과 따뜻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뚝도시장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에는 또 어떤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게 될까? 새로운 지역명 맛집을 찾아 떠나는 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성수동에서 만난 이 작은 실비집은 오랫동안 나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