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광주송정역은 언제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특히 올해 들어 잦은 광주-전주 출장길에 오르면서, 묘한 문제 하나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바로 점심 식사를 거르기 일쑤라는 점. 광주와 전주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미팅이 시작되면 끝날 줄을 몰랐다.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책이 바로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챙겨 먹는 것이었다.
다행히 광주송정역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국밥집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나의 레이더망에 가장 먼저 포착된 곳은 바로 ‘영명국밥’이었다. 새벽 어스름을 뚫고 도착한 영명국밥은,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상호가 멀리서부터 나를 반겼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듯, 가게 앞에는 청소를 하는 분주한 손길이 느껴졌다. 마치 도시의 불빛을 켜듯, 영명국밥은 새벽의 광주를 깨우는 따뜻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벽면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했는데, 빼곡하게 적힌 싸인들이 이 곳의 인기를 증명하는 듯 했다. 마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맛집의 연대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국밥 종류가 다양했다. 콩나물국밥부터 암뽕순대국밥까지, 하나하나 시선을 사로잡는 메뉴들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결국, 순대와 고기, 내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모듬국밥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주문 후, 밑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마늘장아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존재였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마늘장아찌는 국밥과의 환상적인 궁합을 예감하게 했다. 싱싱한 양파와 쌈장, 깍두기와 김치도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김치는 겉절이처럼 신선했는데, 국밥에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될 것 같았다.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는 사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국밥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는 콩나물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는데, 흔히 봐왔던 국밥과는 다른 독특한 비주얼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저어보니, 돼지 머리고기와 곱창, 그리고 암뽕순대가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듯, 다양한 재료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달달하면서도 진하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콩나물을 넣어 시원함을 더한 듯했다. 흔히 접하는 묵직한 돼지국밥과는 다른, 맑고 개운한 느낌이었다. 테이블 한 켠에 놓인 다대기를 풀어 얼큰하게 만들어 다시 한술 뜨니, 칼칼한 맛이 더해져 완벽한 해장국으로 변신했다. 새벽의 쌀쌀함을 잊게 해주는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암뽕순대였다. 쫄깃한 막창 안에 선지 순대소를 가득 채워 넣은 암뽕순대는, 일반 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풍미를 자랑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맛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폭발하며 입맛을 돋우었다.

고소한 암뽕순대는 아껴서 먹고, 살코기와 내장, 콩나물은 반찬 삼아 밥 반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쫄깃한 돼지 머리고기는 쌈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되었고,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으로 입안을 즐겁게 했다. 특히 국물에 푹 적셔진 콩나물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며 국밥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는 뚝배기에 밥을 말아 김치와 마늘장아찌를 곁들여 먹었다. 뜨끈한 국물에 밥알이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입안 가득 행복감이 밀려왔다. 잘 익은 김치를 올려 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마늘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새벽의 찬 공기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는 광주에서의 일정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영명국밥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광주에서의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너지 충전소와 같은 곳이었다.

영명국밥을 나서며, 다음에는 다대기를 빼고 국물 본연의 맛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닭발 육수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다음 방문 때는 좀 더 세심하게 맛을 음미해봐야겠다. 그리고 찹쌀순대는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니, 모듬수육이나 암뽕순대를 주문해서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광주송정역에서 새벽을 맞이한다면, 영명국밥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푸짐한 양과 깊은 맛,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는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영명국밥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광주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