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가을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던 날, 충남 부여로 향했다. 원래 목적은 따로 있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부여는 처음이라 어디가 맛있는지 몰라 스마트폰을 켜 들었다. 검색창에 ‘부여 맛집’을 치니, 엉뚱하게도 ‘궁남추어탕’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추어탕은 즐겨 먹는 메뉴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핸들을 꺾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니, 멀리서부터 기와지붕을 얹은 아담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는 ‘궁남추어탕’이라는 간판과 함께, 큼지막하게 ‘쭈꾸미 직화볶음’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순간, ‘내가 추어탕집을 잘못 찾아온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쭈꾸미볶음에 꽂혀버린 후였다.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보니, 외관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전통적인 기와지붕과 현대적인 건물이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랄까. 하얀색 벽에는 붓글씨로 큼지막하게 상호가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쭈꾸미 그림이 새겨진 동그란 간판이 달려 있었다. 뭔가, 숨겨진 고수의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조금 좁은 듯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벽 한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역시나 추어탕보다 쭈꾸미 요리가 더 눈에 띄었다. 쭈꾸미볶음, 쭈꾸미철판볶음, 쭈꾸미삼겹살… 고민 끝에, 쭈꾸미볶음 비빔밥을 주문했다. 매운맛 정도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중간 맛으로 부탁드렸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시원한 냉국, 아삭한 백김치, 콩나물무침, 무생채, 샐러드 등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백김치가 시원하고 아삭해서, 쭈꾸미볶음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쭈꾸미볶음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접시에 빨갛게 양념된 쭈꾸미와 양배추가 가득 담겨 나왔는데,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쭈꾸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쭈꾸미를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중간 맛으로 시켰는데도 꽤 매웠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쭈꾸미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고, 양념은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쭈꾸미볶음과 함께 비빔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커다란 대접에 밥과 함께 콩나물, 무생채, 상추가 담겨 나왔다. 밥 위에 쭈꾸미볶음을 듬뿍 올리고, 고소한 참기름을 살짝 뿌려 쓱쓱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콤한 쭈꾸미와 아삭한 채소, 고소한 참기름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루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쭈꾸미볶음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남은 양념이 아까워졌다. 그래서 우동사리를 추가했다. 쫄깃한 우동 면발에 매콤한 쭈꾸미 양념이 흠뻑 배어, 또 다른 별미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쭈꾸미 양념에 볶아진 우동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는, 먹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옆 테이블에서는 쭈꾸미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모습 또한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는 꼭 쭈꾸미삼겹살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볶음밥에 치즈사리를 추가해서 김에 싸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다음 방문 때는 볶음밥도 꼭 먹어봐야겠다.

사실, 추어탕 맛집이라고 해서 왔지만, 추어탕은 먹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쭈꾸미볶음이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방문하면 꼭 추어탕도 먹어봐야겠지만, 쭈꾸미 요리는 무조건 다시 시킬 것 같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2년 전에는 대문 밖까지 나와서 인사를 해주셨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친절하신 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부여 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궁남추어탕’에 들러 쭈꾸미볶음을 꼭 맛보길 추천한다. 추어탕도 맛있을지 모르겠지만, 쭈꾸미볶음은 정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진득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는 후기도 있으니,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맛 하나는 정말 보장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쭈꾸미볶음의 매콤한 향이 가득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향이었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서, 쭈꾸미삼겹살에 볶음밥까지 푸짐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여에 이런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있었다니, 정말 행운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쭈꾸미볶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켜서, ‘궁남추어탕’을 검색해봤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쭈꾸미 요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추어탕은 별로라는 후기도 있었지만, 쭈꾸미볶음은 모두가 극찬하는 메뉴였다. 나만 몰랐던 부여의 맛집을 발견한 것 같아,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 부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궁남추어탕’은 무조건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꼭 추어탕과 함께 쭈꾸미삼겹살, 볶음밥까지 모두 섭렵해서, 완벽한 식도락 여행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사장님께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궁남추어탕’, 부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맛집으로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