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으로 향하는 길, 마음은 이미 할머니 댁에 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작은 고을, 순창에는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한정식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하여 ‘새집식당’. 고풍스러운 옛집에서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다는 이야기에, 잊혀져 가는 고향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정 같은 설렘을 느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로 낡은 기와지붕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 드디어 ‘새집식당’이라는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글씨로 쓰인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왔기에, 주변을 몇 바퀴 돌며 주차 공간을 찾아야 했다. 간신히 차를 대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겨우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낡은 나무 테이블과 빛바랜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메뉴는 단 하나, 한정식이었다. 가격은 2인 기준 4만원.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상다리 휘어지는 전라도 한정식을 생각하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시 후, 직원분들이 수레를 끌고 와 테이블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마치 수라상을 옮겨오듯, 커다란 상을 통째로 우리 테이블 위에 얹어 놓았다. 그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에서 보았던 수많은 그릇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반찬의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젓가락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빼곡하게 차려진 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뜨끈한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불고기, 매콤한 돼지불고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짭짤하게 구워진 조기 두 마리와, 향긋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콩나물무침, 새콤달콤한 김치까지. 전라도의 손맛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반찬들이 입맛을 돋우었다. 을 보니 다시금 그 풍성함이 떠오른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소불고기를 맛보았다.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잘 배어 있는 소불고기는,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일품이었다. 돼지불고기는 매콤한 양념 덕분에 입안에 감칠맛이 돌았다. 밥 위에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된장찌개는 두부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 시원하고 깊은 맛을 냈다.
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깻잎 장아찌는 짜지 않고 향긋했으며,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반찬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맛을 낸다는 점이었다. 전라도 음식 특유의 튀지 않고 정갈한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반찬들은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듯한 신선함이 부족했다. 그리고 솔직히 모든 반찬이 다 맛있지는 않았다. 몇몇 반찬들은 지나치게 달거나, 간이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마치 백반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반찬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어르신들이 고택 생주를 시켜 드시고 계셨다. 나도 궁금한 마음에 한 병 주문했다. 맑고 투명한 빛깔의 생주는, 깔끔하고 청량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양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 직원분들은 친절했지만, 워낙 바쁜 탓에 세심한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대문 앞에 놓인 작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에서 보았던 그 정원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은, 식당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새집식당’은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푸짐한 상차림, 전라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반찬들은,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2인 4만원이라는 가격은, 동네 쌈밥집에서 만원 정도에 맛볼 수 있는 음식과 비교했을 때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드라이브 삼아 순창에 와서 ‘새집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 광한루를 한 바퀴 돌며 기분 전환을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빠른 식사를 원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싶다면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새집식당’은 한정식이라는 이름에 너무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푸짐한 백반집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식에 대한 엄청난 성의를 기대하기보다는, 정갈하고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솔직히 완벽한 식사는 아니었다. 몇몇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새집식당’에서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오랜 시간 동안 순창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온 이야기가 있고,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이 느껴진다.
‘새집식당’을 나서며, 나는 순창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다.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초록빛으로 물든 논밭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을 선사했다. 순창은 작고 조용한 고을이지만, 그곳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새집식당’은 순창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다음에 순창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또 ‘새집식당’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음식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며, 순창의 정을 느껴보고 싶다. 과 4에서 보았던 북적이는 거리 풍경처럼, ‘새집식당’은 순창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소중한 공간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발길을 돌렸다. 순창 지역의 숨겨진 맛집, ‘새집식당’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