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저녁, 퇴근 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구로구청 근처, 왠지 모르게 낯선 상가 건물 앞에 섰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이 곳, 소문으로만 듣던 작은 이자카야였다. 평소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혼술을 즐기는 나에게, 이곳은 어쩌면 완벽한 안식처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와 다찌석이 전부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따뜻한 조명과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왠지 모르게 일본 특유의 친절함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정말 일본 분이셨다. 가게 한 켠에는 일본 미야코지마에서 직접 공수해온 사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일본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다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메뉴는 정통 일식이라기보다는 사장님의 개성이 묻어나는 퓨전 일식에 가까워 보였다. 사시미, 나베, 튀김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단품 요리들은 양을 줄이고 퀄리티를 높였다는 설명에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마치 보석을 감정하듯 메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랐다. 뭘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 끝에, 모츠나베와 사시미를 주문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산미구엘 생맥주도 한 잔!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사시미였다. 플레이팅부터 남달랐다. 접시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시미들은 마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웠다. 붉은 참치, 흰 살 생선, 그리고 독특하게 썰어낸 무까지, 색감의 조화가 훌륭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특히 숙성된 흰 살 생선의 단맛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곁들여 나온 생강 절임은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줬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와사비의 양도 딱 적당해서 사시미의 풍미를 더욱 살려줬다.

사시미를 음미하고 있을 때,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츠나베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에 푸짐하게 올라간 곱창과 채소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곱창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채소들은 신선하고 아삭했다. 특히, 국물에 푹 끓여진 두부는 정말 최고였다.
산미구엘 생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니, 입안이 개운해졌다. 쌉싸름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느끼함을 싹 잡아줬다. 역시, 맛있는 음식에는 시원한 맥주가 빠질 수 없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다찌석에 앉아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장님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요리사로 일하신 베테랑이라고 했다. 한국에 와서 작은 이자카야를 차린 이유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라고 하셨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장님은 서비스로 교자를 내어주셨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교자는 정말 훌륭했다. 특히,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손님은, 이곳이 벌써 단골이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방문해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긴다고. 나 역시, 오늘 이 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이볼에 들어가는 얼음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음식의 맛과 분위기가 워낙 훌륭해서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나 역시, 조만간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하며 가게를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를 싹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전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강남의 유명한 이자카야들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가격 대비 퀄리티가 정말 훌륭하다. 택시비나 대리비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다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일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미야코지마에서 공수해온 사케를 콜키지해서 맛봐야겠다. 사케와 함께 즐기는 사시미와 모츠나베는,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구로구청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구로구의 축복이니까.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분명, 당신의 하루도 더욱 특별해질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구로에 이런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있었다니! 앞으로 나의 아지트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