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뱃멀미를 각오하고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설렘이 더 컸다. 푸른 바다를 가르며 도착한 울릉도는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현지인이 추천해 준 따개비칼국수 맛집, 박가네로 향했다.
가게는 울릉도 해안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위치였다. 가게 외관은 소박했지만, 정겨움이 느껴졌다. 건물 외벽에는 ‘박가네 따개비 칼국수’라는 간판이 크게 걸려 있었다. 간판 옆에는 따개비 그림과 칼국수 이미지가 함께 있어 어떤 메뉴를 파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어, 소박하지만 생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은 대부분 4인용이었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칼국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벽에는 메뉴판과 함께 따개비의 효능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메뉴는 단 하나, 따개비칼국수. 이 단일 메뉴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이 기대감을 높였다. 잠시 기다린 끝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김치와 멸치볶음, 단 두 가지의 밑반찬이 나왔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이었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고, 멸치볶음은 달콤 짭짤해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칼국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좋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따개비칼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애호박이 슬라이스 되어 올라가 있었다. 면발은 쫄깃해 보였다. 코를 찌르는 해산물 향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바다 내음이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국물과 함께 크게 한 입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흔히 먹던 멸치나 다시마 육수와는 전혀 다른, 독특하면서도 풍부한 맛이었다. 국물은 마치 사골 육수처럼 뽀얗고 진했지만, 느끼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원하고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따개비를 갈아 넣어 국물을 냈다고 하는데, 그 덕분인지 일반 칼국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면발은 기대했던 대로 쫄깃하고 탱탱했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릴 때마다 탄력이 느껴졌다. 면은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적당한 굵기여서 국물과 잘 어우러졌다. 후루룩 면을 흡입할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칼국수 특유의 식감이 좋았다.

함께 들어간 애호박은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주었고, 김 가루와 깨는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특히 김 가루는 따개비칼국수의 감칠맛을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칼국수 한 그릇에 이렇게 다양한 맛과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따개비칼국수를 먹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왜 따개비를 갈아서 넣을까? 익히면 딱딱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실제로 따개비는 껍데기가 매우 단단해서, 익히면 더욱 질겨진다. 따라서 국물에 넣기 전에 갈아서 넣는 것이 훨씬 부드럽고 먹기 좋다. 또한 따개비를 갈아서 넣으면 국물에 따개비의 풍미가 더욱 잘 배어 나온다고 한다.

칼국수를 먹는 동안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듯했다. 다들 따개비칼국수의 맛에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어제 다른 곳에서 따개비칼국수를 먹었는데, 여기 맛이 훨씬 낫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역시 현지인 추천은 실패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정신없이 칼국수를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였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을 남김없이 들이켰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밥을 말아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깃밥을 추가로 주문해서 남은 국물에 말아 먹으니, 역시나 꿀맛이었다. 칼국수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은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맛있었어요! 울릉도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를게요”라고 답했다. 사장님께서는 “다음에 오시면 더 맛있게 해드릴게요”라며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가게 문을 나서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따개비칼국수 한 그릇 든든하게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해안 도로를 따라 산책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동안, 따개비칼국수의 여운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박가네 따개비칼국수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울릉도의 정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울릉도에 간다면 꼭 한번 방문해서 따개비칼국수의 진정한 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따라서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따개비칼국수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겠지만,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메뉴판을 보면 따개비 칼국수는 12,000원이다. 공깃밥은 2,000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가네 따개비칼국수는 울릉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과 풍미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박가네 따개비칼국수를 맛집 방문 리스트에 꼭 추가하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울릉도를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박가네 따개비칼국수의 맛은 잊을 수 없었다. 조만간 다시 울릉도에 가서 따개비칼국수를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손님이 덜 붐비는 시간에 방문해서, 여유롭게 맛을 음미하고 싶다. 그리고 사장님께 더 맛있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