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을 가득 안고, 포천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은 완연한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목적지는 한옥의 멋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오리백숙 전문점. 입구에 들어서자, 기와지붕과 나무 대문이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선사했다. 평소 오리 요리를 즐겨 먹는 나에게 이곳은 꽤나 흥미로운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돌 바닥과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오리백숙뿐만 아니라 오리훈제,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을 위한 배려인지, 아기용 죽도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촉촉한 오리 훈제구이와 뜨끈한 오리백숙, 그리고 파전까지 맛보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샐러드, 김치, 나물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 특히 푹 익은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오리 훈제구이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겉모습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훈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얇게 슬라이스된 오리 훈제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함께 나온 신선한 부추와 곁들여 먹으니,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함을 유지해주는 은색 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오리 훈제 슬라이스들의 향연은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운데 앙증맞게 놓인 부추 더미는 신선함을 더했고, 전체적인 플레이팅에서 정갈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백숙이 등장했다. 커다란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에 잠긴 커다란 오리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한약재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커다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푹 삶아진 오리 고기는 젓가락만 대도 살이 부드럽게 찢어졌다. 입안에 넣으니, 야들야들한 식감과 함께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함께 들어있던 찹쌀밥과 함께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 되었다.

백숙 안에는 큼지막한 오리 외에도 뽀얀 국물에 몸을 담근 채 푹 익은 듯한 각종 채소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파는 시원한 국물 맛에 깊이를 더했다. 끓일수록 국물은 점점 진해졌고, 깊은 맛은 더욱 풍부해졌다.
오리백숙을 먹는 중간중간, 곁들여 먹는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갓김치는 오리백숙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해물파전이 나왔다.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하는 해물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징어, 새우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파전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입맛을 돋우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오리백숙의 고기가 조금 질겨진 듯했고, 국물 맛도 예전만큼 깊지 않았다. 물론 파전은 여전히 맛있었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예전만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고즈넉한 한옥 건물 위로 붉은 노을이 드리워지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록 예전만큼 완벽한 맛은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곳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예전의 맛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큼한 드레싱이 뿌려진 샐러드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고, 콩나물 무침은 아삭한 식감으로 즐거움을 더했다. 쌉싸름한 나물은 훈제 오리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오리백숙의 맛이 예전처럼 돌아와 있기를 기대하며, 그때는 변함없이 맛있는 파전과 함께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잘 삶아진 오리 위에 푸짐하게 올려진 신선한 부추는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뜨거운 국물에 살짝 숨이 죽은 부추와 함께 오리 고기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함이 일품이었다.
포천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즐기는 한옥에서의 식사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이곳은, 포천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지역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