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쨍한 햇살 아래, 묵직한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 향할 곳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깊은 맛의 매운탕을 낸다는 ‘남학골 민물매운탕’. 흔히 생각하는 번듯한 맛집의 외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노포의 아우라에 이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색빛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바래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파란색 맥주 박스가 가게 앞에 놓여있는 모습도 왠지 모를 친근함을 더했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진한 매운탕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곳곳에는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나무 테이블은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고, 벽에는 오래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메뉴판에는 메기 매운탕과 참게 매운탕을 조합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2인, 3인, 4인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메기2 + 참게1 (3인분)을 주문했다. 민물새우 튀김도 맛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안 된다는 이야기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쉴 새 없이 차려졌다. 김치전, 두부김치, 집된장과 채소 스틱, 그리고 잘 익은 김치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갓 부쳐져 나온 김치전은 따뜻하고 바삭했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김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한 집된장은 신선한 채소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은, 이곳이 괜히 동네 맛집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메기+참게 매운탕이 테이블 중앙에 놓였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메기와 참게, 그리고 푸짐한 수제비가 가득 들어 있었다. 특히 미나리가 듬뿍 올려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붉은 빛깔의 국물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매운탕. 국자로 국물을 떠 맛을 보니,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마치 고추장 수제비를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칼칼함이, 묘하게 중독성을 자아냈다.

메기 살은 어찌나 실한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부드럽게 살이 발라졌다. 잡내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메기 살은, 매콤한 국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참게 역시 껍데기 안쪽까지 살이 꽉 차 있었다. 톡톡 터지는 알과 함께 느껴지는 녹진한 풍미는,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직접 손으로 뜯어 넣은 듯한 쫄깃한 수제비였다. 얇고 넓적한 수제비는 국물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뜨끈한 국물에 푹 적셔진 수제비를 후루룩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매운탕을 먹는 동안, 친절한 사장님께서 계속해서 부족한 건 없는지 챙겨주셨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과 푸근함이 느껴졌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한 국물 덕분에, 쉴 새 없이 숟가락질을 했던 것 같다. 소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지만, 아쉽게도 다음 일정이 있어 술은 참기로 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 옆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들이 가득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곳을 지켜온 흔적들이 느껴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변치 않는 맛과 푸근한 인심으로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나오면서 보니, 건물 뒤편에 화장실이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화장실은 조금 열악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하고 든든한 기분이 감돌았다. 남학골 민물매운탕은 화려한 맛집은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깊은 맛, 그리고 푸근한 인심이 있는 곳이었다. 멀리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맛있는 민물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매운탕을 즐겨봐야겠다.






오늘 방문한 남학골 민물매운탕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따뜻한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팍팍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고향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해서, 맛있는 매운탕과 함께 힐링해야겠다. 이 지역의 숨은 맛집을 발견한 기쁨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