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맛이 그리울 땐, 가평 명지식당에서 맛보는 시골밥상의 정겨운 한 끼

어둑한 겨울 저녁,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전깃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풍경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목적지는 가평의 작은 마을, 그곳에 숨겨진 듯 자리한 명지식당이었다. 웹드라마 촬영 스태프들이 극찬했다는 소문을 듣고, 왠지 모를 기대감을 안고 차를 몰았다. 어스름이 짙게 드리운 하늘 아래, 나뭇가지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진 풍경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게 앞, ‘명지식당’ 간판이 낡은 듯 정겹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은 한적하고 조용했지만, 식당 안에서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드라마 촬영팀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가평 지역 맛집인 듯했다. 투박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께서 “어서 와요!”하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집에 방문한 손주를 맞이하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명지식당 간판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명지식당의 간판.

내부는 넓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평범한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모습이었는데,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빛바랜 사진과 각종 인증서들이 걸려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특히, 드라마 촬영팀으로 보이는 젊은 스태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흥겨운 트로트 가요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듯 푸근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할머니는 물과 컵을 가져다 주셨다. 메뉴판은 따로 없었다. 할머니는 “오늘은 된장찌개가 맛있어. 아니면 소머리국밥도 괜찮고.”라며 메뉴를 추천해주셨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할머니의 추천대로 된장찌개와 소머리국밥을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놀라울 정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와 소머리국밥, 그리고 갓 지은 듯 윤기가 흐르는 고봉밥.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식당 내부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의 식당 내부.

된장찌개는 할머니가 직접 담근 된장과 청국장을 섞어 끓였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시판되는 된장찌개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구수한 맛이 느껴졌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진한 된장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찌개 안에는 다슬기가 듬뿍 들어있어 톡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시원한 맛을 더했다. 두부와 각종 채소도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소머리국밥 역시 일품이었다. 뽀얀 국물은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듯 깊고 진했다. 국밥 안에는 큼지막한 소머리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고,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좋았다. 특히, 당면이 들어있어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으니, 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김치찌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김치찌개.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했다. 직접 담근 김치는 시원하고 아삭했으며,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등 소박한 반찬들은 엄마가 해주는 집밥처럼 정겨운 맛이었다. 특히, 더덕구이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할머니는 직접 반찬을 담아 내어주시는데, 그 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정갈하면서도 푸짐한 한 상 차림은 마치 외할머니 댁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밥을 먹는 동안 할머니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셨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드라마 촬영은 잘 되어 가는지 등등. 할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할머니는 “이건 서비스야.”라며 직접 만드신 누룽지를 한 봉지 건네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감동받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식당을 나섰다.

명지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은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주는 듯했다. 요즘처럼 보기 드문 고봉밥을 받아 들었을 때,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밥을 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고봉밥과 반찬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고봉밥.

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오래된 식당이라 벽에 곰팡이가 피어있거나, 위생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모두 덮을 만큼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맛있는 음식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어쩌면 완벽하게 깨끗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외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명지식당은 아침 5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한다. 이른 아침,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울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마당에는 강아지도 한 마리 있는데, 낯선 사람을 보고 짖는 소리가 우렁차다.

식당 내부 풍경
소박하지만 정겨운 식당 내부.

가평에서 맛보는 시골밥상, 명지식당.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이 그리울 때,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된장찌개와 소머리국밥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계산할 때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하다는 점을 참고하자. 카드는 받지 않으신다.

나오는 길, 할머니는 “다음에 또 와요!”라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마치 오래된 가족처럼 따뜻하게 배웅해주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동받았다. 다음에 가평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 할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다시 맛보고 싶다. 그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지 않아서, 할머니가 주시는 누룽지를 꼭 받아 와야겠다.

다양한 반찬
정갈한 맛을 자랑하는 다양한 반찬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누룽지 향기가 가득했다.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누룽지는 단순한 간식이 아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가평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명지식당에서의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Author: admin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