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연수동의 맛, 부원집에서 펼쳐지는 삼합 미식 서사

어둑한 퇴근길,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부원집’ 간판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좁은 골목 어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간판은 빛바랬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깊은 내공은 쉽게 발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오늘은 꼭, 반드시,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리라 다짐하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예상대로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한 테이블이 막 비워지려는 찰나, 운 좋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벽 한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메뉴는 단출했지만, 하나하나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다. 키조개관자삼합, 아구수육, 꼴두기보쌈…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키조개관자삼합을 주문했다. 솔직히 아구수육도 당겼지만, 첫 방문이니만큼 대표 메뉴를 맛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꼭 아구수육에 도전해봐야지.

부원집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

주문 후, 빠르게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짭짤하게 졸여진 감자조림,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볶음김치, 그리고 시원한 짠무까지. 특히 감자조림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젓가락이 쉴 새 없이 감자조림으로 향했다. 이 집, 밑반찬부터 예사롭지 않다. 잠시 후, 메인 메뉴인 키조개관자삼합이 등장했다.

차돌박이전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차돌박이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싱싱한 키조개 관자와 큼지막하게 썰린 표고버섯, 그리고 붉은 빛깔의 차돌박이가 접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곁들여 나온 버터 조각들이 풍미를 더할 것을 예감하게 했다. 불판이 달궈지자, 차돌박이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버터를 살짝 녹여 함께 구워주니, 그 풍미는 더욱 깊어졌다.

잘 익은 차돌박이와 키조개 관자를 함께 집어 입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신선한 키조개의 쫄깃함과 차돌박이의 고소함, 그리고 표고버섯의 향긋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버터의 풍미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쌈무에 싸서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키조개 삼합 재료
신선한 키조개, 차돌박이, 표고버섯의 환상적인 조합

술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참지 못하고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시원한 소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온몸에 짜릿함이 퍼져나갔다. 역시, 맛있는 음식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술잔을 기울이며, 함께 온 친구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친구, 그리고 술.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어느덧 술잔은 비워져 가고, 불판 위에는 텅 빈 조개껍데기만이 남았다. 아쉬운 마음에 바지락전을 추가로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지락전은, 또 다른 별미였다. 쫄깃한 바지락이 듬뿍 들어있어, 씹는 재미도 쏠쏠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키조개 삼합 굽는 모습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키조개 삼합, 침샘을 자극하는 비주얼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라는 사장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단골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음식 맛은 물론, 정겨운 분위기와 따뜻한 인심까지 갖춘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잊을 수 없는 맛이 자꾸만 떠올랐다. 연수동에서 찾은 숨겨진 보물, 부원집.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아귀간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아구수육에 대한 평을 잠재울 정도로 맛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오늘 함께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와야겠다. 이 맛있는 음식을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쉽다.

얼음 짠무
보기만 해도 시원한 얼음 짠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부원집은 8개 정도의 테이블이 전부인 작은 가게다. 시장님을 포함한 두 분이서 운영하시기 때문에, 친절함이나 빠른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하거나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감 있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매번 갈 때마다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세 번 만에 방문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메뉴는 정해져 있지만, 그날 사용할 재료만 준비하기 때문에, 늦게 가면 원하는 메뉴를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방문 전에 미리 메뉴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두부부침
고소하고 매콤한 두부부침, 술안주로 제격이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원집의 홍어 메뉴도 즐겨볼 만하다. 하지만, 홍어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다른 맛있는 메뉴들이 많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원집은 평범하지 않은 메뉴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뻔한 음식점이 질린다면, 부원집에 방문하여 새로운 맛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부원집은 네비게이션에도 잘 나오지 않는 숨겨진 맛집이다. 하지만, 그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온 비결은, 신선한 재료와 사장님의 정성 덕분일 것이다.

아구수육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 할 아구수육

오늘은 키조개 삼합을 맛보았지만, 다음 방문 시에는 꼭 바다장어 구이를 먹어봐야겠다. 민물장어에 비해 덜 느끼하고 담백하다는 평이 있어 기대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낸 장어를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만약 장어의 선도가 조금 떨어진다면, 살짝 비릿할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스지탕의 부드러운 국물과 쫀득한 스지로 마무리하면, 충분히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어구이
담백하고 고소한 바다장어 구이

부원집은 밥집이라기보다는 술집에 가깝다. 공기밥은 따로 판매하지 않지만, 밥을 달라고 하면 막걸리를 주신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안주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맛은 확실히 보장된다. 퇴근 후 동료나 친구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밑반찬만으로도 소주 두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볶음김치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볶음김치

부원집에서의 저녁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연수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부원집에 들러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인생 맛집을 발견했다. 연수동 부원집. 앞으로 나의 단골 술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곳이다.

밑반찬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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