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산의 푸른 기운을 가슴 깊이 담고 내려오는 길, 꼬르륵 울리는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점심시간을 알려왔다. 산행 후유증인지, 유난히 허기가 졌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처럼, 나 역시 본능적으로 맛집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장수군 계남면, 자그마한 동네 어귀에서 만난 주민분께 여쭤보니, 망설임 없이 “전성집 육개장, 시골쌀밥집 돌솥비빔밥, 그리고 한정회관 백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왠지 끌리는 이름, ‘한정회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장수계남우체국 바로 옆, 빨간색 간판이 눈에 띄는 한정회관. 오래된 듯한 외관에서 풍겨져 나오는 포근함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자매처럼 다정한 두 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한 분은 홀을, 다른 한 분은 주방을 책임지며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상 좋으신 사장님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맞이 덕분에 첫인상부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정갈하게 쓰여진 글씨에서 왠지 모를 믿음이 갔다.

사실, 등산 전에 이미 장수 맛집 정보를 찾아봤었다. 흑돼지, 사과, 한우 등 유명한 특산물이 많았지만, 왠지 오늘은 소박한 백반이 당겼다. 메뉴판을 스캔하듯 훑어보니, 오리주물럭, 홍어탕, 백반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다는 반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백반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테이블은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벽에는 정겨운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랄까.
잠시 후, 푸짐한 백반 한 상이 차려졌다. 뽀얀 쌀밥과 따끈한 국, 그리고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김치, 나물, 볶음, 조림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직접 담그셨다는 김치는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붉은 빛깔을 자랑했다.

젓가락을 들기 전, 먼저 국물부터 맛봤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등산으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김치 한 점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아삭아삭한 김치의 식감과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맛봤다.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특히, 콩나물 무침은 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백반과 함께, 한정회관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오리주물럭도 맛보기로 했다. 불판 위에 올려진 오리주물럭은 순식간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잘 익은 오리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매콤한 양념은 감칠맛을 더했고, 신선한 채소와 함께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께 라면 사리를 추가할 수 있는지 여쭤보니, 흔쾌히 넣어주셨다. 매콤한 오리주물럭 양념에 끓인 라면은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다. 면발에 양념이 쏙 배어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쉴 새 없이 면을 흡입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삭힌 홍어를 사용하여 끓인 홍어탕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톡 쏘는 홍어의 풍미와 얼큰한 국물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사장님께 초고추장을 부탁드려 홍어탕 속 미나리와 홍어를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귀띔해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께 장수 시장 위치를 여쭤봤다. 그랬더니, 장계시장을 추천해주시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덧붙여 말씀해주셨다. 마침 방문한 날이 장날이라니, 왠지 행운이 따르는 듯했다. 사장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식사 후 장계시장에 들러 구경하는 재미까지 쏠쏠했다.

한정회관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친절하신 사장님의 환대와 정성 가득한 음식, 그리고 푸근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장수IC를 지나거나 장안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메뉴판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백반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참고) 식당 내부는 편안하고 소박한 분위기이며, 단체 손님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 참고)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듯하며,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제공된다. 참고) 오리 주물럭은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버무려져 나오며, 볶음 김치, 콩나물 등과 함께 구워 먹으면 더욱 맛있다. 참고) 백반 한 상은 여러 가지 반찬과 국, 밥으로 구성되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참고)
아, 그리고 장수CC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라운딩 후 식사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다음번 라운딩 후에는 꼭 동반자들과 함께 방문해서 오리주물럭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기울여야겠다.

오늘도 맛있는 식사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과 분위기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한정회관에서 맛본 따뜻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