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일 아침, 늦잠을 자버린 탓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해야 했는데, 문득 칼국수가 떠올랐다. 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고,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왕칼국수’였다. 안산 지역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칼국수 맛집이라고 했다. 게다가 보리밥까지 무한리필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주저 없이 차를 몰아 왕칼국수로 향했다.
파란 하늘 아래,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커다란 간판이 나를 반겼다. 흰색 바탕에 큼지막한 검은 글씨로 적힌 “왕칼국수・쭈꾸미”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건물 위쪽에 설치된 낡은 에어컨 실외기와 그 옆에 덩그러니 붙어있는 전화번호 안내판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외관만 봐서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동네 맛집 같은 분위기였다. 건물 앞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변에도 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훨씬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법인가 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주방은 완전히 오픈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슬쩍 보이는 내부 모습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조리대와 넉넉하게 쌓여있는 그릇들에서 오랫동안 칼국수를 만들어온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칼국수 전문점답게 다양한 종류의 칼국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지락 칼국수, 해물 칼국수, 닭 칼국수 등,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메뉴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쭈꾸미볶음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칼국수와 쭈꾸미볶음의 조합이라니,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었다. 결국 바지락 칼국수와 쭈꾸미볶음을 1인분씩 주문했다. 혼자 왔지만, 이 맛있는 음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김치, 물김치, 콩나물, 이렇게 세 가지였다.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는, 고춧가루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여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물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칼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은 고소한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풍겨 입맛을 돋우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지락 칼국수가 등장했다. 스테인리스 대접에 가득 담겨 나온 칼국수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수북하게 쌓인 바지락이 시선을 강탈했다. 젓가락으로 휘저으니, 면발 아래에도 바지락이 가득했다. 대체 바지락을 얼마나 넣은 걸까? 마치 바지락탕을 시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진하고 맑은 국물은 숙취해소에도 좋을 것 같았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바지락 칼국수를 맛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 쭈꾸미볶음이 나왔다. 빨갛게 양념된 쭈꾸미볶음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매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쭈꾸미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었고,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젓가락으로 쭈꾸미를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쭈꾸미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숯불 향이 은은하게 느껴져 더욱 맛있었다.

왕칼국수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보리밥 무한리필이다. 흰쌀밥과 보리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당연히 보리밥을 선택했다. 커다란 그릇에 보리밥을 담고, 열무김치와 콩나물을 듬뿍 넣어 고추장을 살짝 뿌려 비볐다.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니, 꿀맛이었다. 톡톡 터지는 보리의 식감과 아삭아삭한 열무김치의 조화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칼국수와 쭈꾸미볶음을 먹는 중간중간 보리밥을 비벼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지락 칼국수, 쭈꾸미볶음, 보리밥까지, 정말 푸짐하게 먹었다. 양이 워낙 많아서 남길까 걱정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싹싹 비워버렸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게다가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카운터 옆에 쌓여있는 쟁반들이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쟁반에는 빈 그릇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옆에는 손님들이 직접 가져다 놓은 듯한 물통과 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볼 법한 풍경이었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니,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왕칼국수를 나서며, 든든한 배를 두드렸다.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 덕분에 행복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안산에 이런 숨겨진 맛집이 있었다니,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칼국수가 생각날 때면, 주저 없이 왕칼국수를 찾을 것 같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칼국수와 쭈꾸미볶음을 함께 즐겨야겠다. 안산 지역 주민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꼭 한번 방문해서, 왕칼국수의 맛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