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볶는 용화반점, 대구 노포 속 숨겨진 볶음밥 맛집 기행

오랜만에 대구에서 영화 한 편 때리고, 늦은 점심을 어디서 해결할까 지도를 켰다. ‘대구 맛집’ 검색 결과는 화려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허름한 중국집들이 떠올랐다.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주시면, 단무지를 두 개씩 겹쳐 먹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었지. 그 시절의 향수를 찾아, 후미진 골목길에 숨어있을 법한 노포 중국집을 찾아 나섰다.

레이더망에 걸린 곳은 ‘용화반점’. 간판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딱 내가 찾던 그런 곳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에이, 설마 맛이 변했겠어?’ 하는 기대감을 품고 가게 문을 열었다. 낡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름 냄새와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훅, 하고 쏟아져 들어왔다. 짙은 갈색으로 반질거리는 나무 테이블과, 빛바랜 메뉴판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듯한 느낌을 더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클래식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왠지 모르게 볶음밥에 시선이 꽂혔다. 어릴 적 중국집에서 볶음밥만큼 설레는 메뉴도 없었지. 탕수육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볶음밥과 탕수육을 주문하고, 기대에 찬 눈으로 주방을 힐끔거렸다.

용화반점 메뉴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판. 볶음밥과 탕수육에 시선이 꽂혔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뜻밖의 서비스, 군만두였다. 금방 튀겨져 나온 듯, 표면은 노릇노릇하고 윤기가 흘렀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기름 향! 갓 튀긴 만두는 역시 진리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볶음밥이 나왔다. 접시 한가운데에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밥이 수북이 담겨 있고, 그 옆에는 샛노란 반숙 계란 프라이가 앙증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볶음밥 위에는 잘게 썰린 파와 당근, 양파가 콕콕 박혀 있었고, 밥알 하나하나가 기름에 코팅된 듯 반짝거렸다. 곁들여 나온 짜장 소스는 마치 웅덩이처럼 넉넉하게 담겨 있었다.

용화반점 볶음밥
기름에 코팅된 듯 반짝이는 볶음밥. 샛노란 계란 프라이가 식욕을 자극한다.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크게 퍼서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볶음밥 향! 밥알은 한 알 한 알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고,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다. 특히, 튀기듯이 구워진 계란 프라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볶음밥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짜장 소스를 살짝 얹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볶음밥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 집 볶음밥, 정말 제대로다. 기름을 아끼지 않고 라드를 사용해서 볶았는지, 풍미가 남다르다. 밥알 하나하나에 기름이 코팅되어 있어서,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예술이다. 볶음밥만 먹으면 약간 느끼할 수 있는데, 이때 짜장 소스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짜장 소스는 시판용이 아닌, 직접 만든 듯한 깊은 맛이 느껴졌다.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볶음밥
기름을 아끼지 않은 볶음밥. 튀기듯이 구워진 계란 프라이가 신의 한 수다.

볶음밥에 감탄하고 있을 때, 탕수육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탕수육 튀김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알록달록한 채소가 듬뿍 올려진 새콤달콤한 소스가 촤르르 뿌려져 있었다. 탕수육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고, 돼지고기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탕수육 한 조각을 집어 소스에 푹 찍어 입에 넣으니, 새콤달콤한 소스와 바삭한 튀김, 촉촉한 돼지고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튀김옷은 과하게 두껍지 않았고,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했다. 특히, 소스에 들어있는 당근과 오이, 양파를 곁들여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함께 상큼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이 집 탕수육, 옛날 스타일 그대로다. 요즘 유행하는 찹쌀 탕수육처럼 쫄깃한 식감은 아니지만,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소스는 과하게 달지 않고 적당히 새콤해서, 탕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특히, 탕수육 소스에 볶은 야채가 들어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볶은 당근과 함께 먹으니, 달콤한 맛이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용화반점 탕수육
옛날 스타일 탕수육. 바삭한 튀김과 새콤달콤한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볶음밥과 탕수육을 번갈아 가며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릴 적 추억을 한 그릇 가득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데, 여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용화반점,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곳이었다. 특히, 볶음밥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했다. 탕수육 또한 옛날 스타일 그대로의 맛을 간직하고 있어,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다음에는 꼭 고추짬뽕과 간짜장을 먹어봐야겠다.

아, 그런데 용화반점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듯했다. 어떤 사람은 볶음밥이 너무 기름지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불친절한 서비스에 실망했다고 한다. 심지어 웨이팅 때문에 불쾌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용화반점에서의 식사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물론, 완벽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 허름함 속에 숨겨진 맛과 정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용화반점 내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내부.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다만, 웨이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낮추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장님은 무뚝뚝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느껴지는 스타일이시다.

용화반점,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곳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노포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 잊고 지냈던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주는 맛. 용화반점은, 그런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대구에서 특별한 맛집 경험을 하고 싶다면, 용화반점에 방문해서 볶음밥 한 그릇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용화반점 간짜장 소스
진한 짜장 소스. 볶음밥에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다.
용화반점 짜장면
다음에는 꼭 짜장면을 먹어봐야겠다.
용화반점 고추짬뽕
얼큰한 고추짬뽕도 인기 메뉴라고 한다.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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