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의 맛, 서울 무교동 [북어국집]에서 만나는 따뜻한 해장국 맛집

오랜만에 쨍한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쬐던 날, 왠지 모르게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전날 과음한 것도 아닌데, 속 깊은 곳부터 따스하게 채워줄 그런 음식이 먹고 싶었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건, 지인들에게 익히 들어왔던 무교동의 [북어국집].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깊은 맛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시청역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낡은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 위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 그 아래 “SINCE 1968″이라는 문구가 이 집의 역사를 웅변하는 듯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었다.

무교동 북어국집 외관
50년 넘는 세월을 간직한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홀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 둘 셋 짝을 지어 온 손님,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벽돌로 마감된 실내는 소박하지만, 테이블마다 놓인 물통과 컵, 수저통에서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벽 한켠에는 메뉴와 가격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단출함이 오히려 신뢰감을 더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릴 것도 없이 북어국 한 그릇이 눈 앞에 놓였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큼지막한 북엇살과 부드러운 계란, 그리고 깍둑썰기한 두부가 국물 속에 잠겨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스테인리스 그릇의 차가운 질감과 대비되는 따뜻한 국물의 온도가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뽀얀 국물의 북어국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한 북어국.

국물을 한 숟갈 떠 맛을 보았다. 오랜 시간 푹 고아낸 듯 뽀얗고 깊은 국물은, 느끼함 없이 진하고 담백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북어의 풍미와 은은한 감칠맛이, 단순한 북어국 이상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간이 적절하게 되어 있어서, 굳이 새우젓을 넣지 않아도 충분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그런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큼지막한 북엇살은 겉은 살짝 쫄깃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웠다. 마치 솜사탕처럼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함께 들어간 부드러운 계란과 담백한 두부는, 북어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재료 하나하나가 훌륭했지만, 이들이 어우러져 내는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큼지막한 북엇살
입안 가득 퍼지는 북어의 풍미.

밥을 말아서 김치 한 점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갓 지은 듯 윤기가 흐르는 밥알은, 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특히, 이 집에서 직접 담근 듯한 파김치는, 알싸한 맛과 향긋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북어국과 반찬
파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는 북어국.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혼자 와서 묵묵히 국밥을 먹는 직장인, 친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학생,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북어국 한 그릇으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부모님의 모습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노포의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낸 뚝배기를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경험이었다.

무교동 북어국집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아주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자부심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맛은 아닐지 몰라도, 집밥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북어국집]의 북어국.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따뜻한 국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싶을 때,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다음에는 계란후라이도 추가해서, 파양념장과 함께 먹어봐야겠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정을 지켜온 [북어국집]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서울의 역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북엇살과 계란
북엇살과 부드러운 계란의 조화.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단순히 배를 채운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진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노포의 힘일까?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정을 지켜온 [북어국집]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서울의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다음을 기약해본다.

since 1968
SINCE 1968.
북어해장국 가격
북어해장국 한 그릇 10,000원.
북적이는 내부
점심시간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내부.
북엇살, 두부, 계란
북엇살, 두부, 계란의 완벽한 조합.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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