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가 선물한 군산 콩나물국밥 맛집, 일흥옥에서의 특별한 하루

군산으로 향하는 차 안,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백년의 역사를 품은 노포, 바로 일흥옥이었다. 군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콩나물국밥 맛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깊은 맛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쳤다.

일흥옥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식사 시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 사람들이 가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은 최근 리모델링을 거쳤는지, 깔끔하고 현대적인 외관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사진에서 봤던 ‘Since 1975’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진 간판이 눈에 띄었다. 4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위엄이 느껴졌다.

일흥옥 외부 간판
일흥옥의 간판, ‘Since 1975’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정갈하게 놓인 식기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에는 오래된 사진들과 함께 ‘백년가게’ 인증 마크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콩나물국밥 단일 메뉴에 모주와 묵이 전부였다. 나는 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주문 방식이 독특했는데, 자리에 앉기 전에 미리 선불로 계산을 해야 했다. 마치 오랜 전통을 가진 국밥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같았다. 계산을 마치자, 직원분이 빠르게 기본 반찬을 세팅해주셨다. 깍두기, 김치, 어묵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콩나물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콩나물, 밥, 김 가루, 고춧가루 양념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김 가루의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일흥옥 콩나물국밥
일흥옥의 대표 메뉴, 콩나물국밥의 푸짐한 비주얼.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깊고 진한 멸치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콩나물의 시원함과 어우러져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냈다. 특히, 일흥옥의 콩나물국밥은 ‘토렴’ 방식으로 조리된다고 한다. 토렴은 밥에 국물을 부었다 따라내기를 반복하여 밥알에 국물이 깊게 배도록 하는 조리법이다. 덕분에 밥알 하나하나가 국물의 풍미를 가득 머금고 있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국밥 안에는 잘게 썰린 김치와 고춧가루 양념이 숨어있었는데, 이들이 국물의 맛을 한층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콩나물국밥을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잊은 채, 오로지 맛에만 집중했다. 콩나물의 아삭함, 밥알의 부드러움, 국물의 시원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국물은 정말이지 마성의 맛이었다. 멸치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계속해서 입맛을 당겼다.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와 김치도 콩나물국밥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는 국밥의 깔끔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잘 익은 김치는 국밥의 깊은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묵볶음은 달콤 짭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국물이 조금 남았다. 아쉬운 마음에 숟가락으로 국물을 싹싹 긁어 마셨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 빈 뚝배기를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묵혀왔던 숙제를 끝낸 기분이랄까.

일흥옥 콩나물국밥 근접샷
콩나물, 김, 고춧가루 양념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콩나물국밥의 모습.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친절한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질문에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국물이 정말 최고예요!”라고 답했다. 사장님께서는 “저희 집은 멸치 육수를 오랫동안 정성껏 우려내서 국물 맛이 깊어요. 밥과 콩나물은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으니,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실제로 밥과 콩나물을 추가로 요청하면, 마치 처음처럼 푸짐하게 한 그릇을 더 내어주신다고 한다.

가게 안에는 유아용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실제로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흥옥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군산 시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인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선사하는 곳. 나는 일흥옥을 군산 지역의 대표적인 맛집이자, 군산의 자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나는 다시 한번 일흥옥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Since 1975’라는 문구가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기를, 그리고 변함없는 맛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에 군산을 방문할 때도, 나는 주저 없이 일흥옥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새벽이 아닌,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에 방문하여 모주도 함께 즐겨봐야겠다.

일흥옥 내부 전경
정돈된 테이블과 편안한 분위기의 일흥옥 내부.
일흥옥 건물 외관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일흥옥의 외관.
일흥옥 메뉴판
단촐하지만 깊이있는 메뉴.
일흥옥 주방 내부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방의 모습.
일흥옥 벽면 장식
벽면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과 시계.
일흥옥 외관 근접샷
일흥옥의 깨끗한 외관.

Author: admin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