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냈다. 목적지는 김해. 친구가 극찬했던 칼국수집, 호계 칼국수를 드디어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면 요리를 즐기는 나에게 ‘김해 제일’이라는 친구의 평가는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굴이 듬뿍 들어간 해물 칼국수라니, 겨울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는 날씨에 이보다 더 완벽한 메뉴는 없을 것 같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니 저 멀리 붉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칼국수’라고 적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호계 칼국수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간판 옆에는 ‘수제비’라는 글자도 함께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칼국수뿐만 아니라 수제비도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듯했다.
가게 바로 옆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아쉽지만 200미터 정도 떨어진 김해 세무서에 무료로 주차를 하고 걸어갔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이미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11시 오픈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라니, 살짝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는 건 아닐까? 가게 유리문에는 11시 오픈, 3시 30분 라스트 오더, 4시 마감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외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낡은 건물이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붉은색 벽돌과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군데군데 붙어있는 손 글씨 메뉴판이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가게 앞에는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었는데, 사장님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다. 을 보면 가게의 외관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은 가게 문에 붙어있는 ‘SOLD OUT’ 안내판을 보여주는데, 재료 소진으로 일찍 문을 닫는 날도 많은 듯했다.
다행히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열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멸치 육수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생각보다 넓은 내부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혼자 온 손님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칼국수를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은 나무 재질로 되어 있었고, 의자는 등받이가 없는 둥근 의자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키오스크로 달려갔다. 메뉴는 단출했다. 해물 칼국수와 수제비, 그리고 비빔 칼국수가 전부였다. 굴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까? 잠시 고민하다가 해물 칼국수(대)와 비빔 칼국수를 주문했다. 칼국수와 수제비의 맛은 동일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면과 수제비 중 면을 더 선호하는 나의 취향에 따라 칼국수를 선택했다. 곱빼기를 주문할까 고민했지만, 혹시 양이 너무 많을까 봐 ‘대’ 사이즈로 만족하기로 했다. 공기밥은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주문 후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테이블 위에는 깍두기와 물통, 컵이 놓여 있었다. 깍두기는 먹을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도록 항아리에 담겨 있었다. 잠시 후, 주문 번호가 화면에 뜨고, 음식을 직접 받아와야 했다. 물과 추가 반찬 역시 셀프였다. 알바생이 있긴 하지만,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모든 것이 셀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 칼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커다란 굴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부추와 김 가루가 고명으로 뿌려져 있었다. 굴의 양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15개는 족히 넘어 보였다. 탱글탱글한 굴의 자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면발은 우동 면처럼 굵고 탱탱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굴과 홍합으로 우려낸 시원한 해물 육수가 입안 가득 퍼졌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국물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하지만 굴 향이 깊게 배어있지는 않고 슴슴한 정도라는 후기도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면발은 보기보다 탄력이 없었고, 휴게소 우동 정도의 식감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쫄깃하고 탱글한 면발이 마음에 들었다. 면발에 국물이 잘 배어 있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큼지막한 굴을 하나씩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굴은 신선하고 탱글탱글했고, 입안에서 톡 터지는 식감이 좋았다. 굴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테이블에는 다대기와 땡초가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다대기를 넣지 않고 국물 그대로의 맛을 즐기다가, 중간쯤에 다대기를 살짝 넣어 먹어봤다. 칼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더해지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땡초를 넣어서 칼칼하게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서 아삭아삭했고,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깍두기 양념이 맛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해물 칼국수를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비빔 칼국수가 나왔다. 비빔 칼국수는 양념장에 비벼져 나왔고, 김 가루와 오이, 상추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잘 비벼서 한 입 먹어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해물 칼국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비빔 칼국수 역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정신없이 칼국수를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들이켰다. 정말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지 알 것 같았다. 최근 먹어본 칼국수 중에 단연 최고였다. 친구가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20분쯤 가게를 나왔는데, 10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전율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게 옆에는 확장 공사를 한 공간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 집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주차는 근처 김해 세무서를 이용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주차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조금 서둘러 가는 것이 좋다. 가게 옆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비를 내야 하지만, 칼국수를 빨리 먹고 나오면 주차비가 1,000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호계 칼국수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 매주 일요일은 정기 휴무이니, 방문 시 참고해야 한다. 마지막 주문은 오후 3시 30분까지 받으니, 늦어도 3시 전에는 도착해야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재료 소진 시에는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미리 전화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다음에 김해에 올 일이 있다면, 호계 칼국수에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다. 그때는 수제비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와서 해물 칼국수와 비빔 칼국수를 함께 시켜 나눠 먹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김해에서 칼국수 맛집을 찾는다면, 호계 칼국수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굴이 듬뿍 들어간 해물 칼국수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보자.

참고로, 예전에는 충무김밥도 판매했지만,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칼국수와 충무김밥의 조합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맛이라는 평도 많으니,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호계 칼국수는 나에게 단순한 칼국수집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곳이다. 김해 지역명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 맛집 탐방을 해보시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김해의 맛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