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을 따라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시간, 은은하게 풍겨오는 따뜻한 국물 냄새에 이끌려 작은 우동집 앞에 멈춰 섰다. 낡은 벽돌로 지어진 외관과 정갈한 나무 간판이 어우러진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편안함을 주는 곳이었다. “이 문으로 들어와 식사하는 모든 분들은 미남 미녀 인증”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입구에서부터 미소를 짓게 했다. 바로 이곳, ‘열두알우동집’에서 잊지 못할 한 끼를 경험하게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담하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이 따뜻함을 더했다. 마침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 지난 덕분인지 자리에 여유가 있어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의 흔적이 담긴 메모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듯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열두알우동’과 닭튀김이 함께 나오는 ‘치킨우동’ 사이에서 갈등했다. 하지만 결국, 다양한 고명을 맛볼 수 있다는 ‘열두알우동’에 마음이 끌렸다. 함께 간 친구는 통닭거리와 가까운 점을 고려해 냉모밀과 닭튀김 세트를 주문했다. 면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사누끼 면과 통밀 면 중에서 고민하다가, 좀 더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나는 사누끼 면을 선택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김치와 단무지가 담긴 작은 항아리가 테이블에 놓였다.

작은 항아리에서 먹을 만큼 덜어 먹는 방식이 정겹게 느껴졌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으며, 단무지는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았다. 곧이어, 오후 2시 이전에 방문한 덕분인지 앙증맞은 크기의 주먹밥이 서비스로 제공되었다.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주먹밥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열두알우동’이 눈앞에 나타났다. 쑥갓, 연근 튀김, 김가루, 맛살, 팽이버섯 등 12가지 고명이 형형색색의 조화를 이루며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마치 작은 정원을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튀김 덮밥도 함께 나왔는데, 한상 가득 차려진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젓가락을 들고 면을 휘저어 보니, 탱글탱글한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은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듯 맑고 깊은 맛을 자랑했다. 드디어 첫 젓가락을 들어 면을 맛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감탄했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함께 올려진 12가지 고명은 각기 다른 식감과 맛으로 우동의 풍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얇게 슬라이스 되어 올라간 연근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쌉쌀한 쑥갓은 신선함을 더했고, 팽이버섯은 쫄깃한 식감으로 재미를 더했다. 김가루는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었고, 맛살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입안을 즐겁게 했다.

미니 새우튀김 덮밥 또한 훌륭했다. 갓 튀겨낸 바삭한 새우튀김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했다. 튀김 아래에 깔린 양념된 밥과 함께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새우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했다.
친구의 냉모밀도 맛보았다.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육수는 더위를 잊게 해주는 청량감을 선사했다. 쫄깃한 메밀면과 함께 곁들여 먹는 닭튀김은 예상외로 훌륭한 조합이었다. 닭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 메밀면과 잘 어울렸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엄지, 검지 비닐 장갑은 닭튀김을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센스 있는 배려였다.

우동을 먹는 동안,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배려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매장이 조금 좁고 주차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의 맛과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화성행궁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우동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밀려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칼로리였겠지만, 맛있게 먹었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다시 화성행궁 주변을 산책하며 소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입구에 놓인 문구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 문으로 들어와 식사하는 모든 분들은 미남 미녀 인증’. 왠지 모르게 정말로 예뻐진 기분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원 화성행궁 근처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열두알우동집’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정성이 가득 담긴 우동 한 그릇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 우동이 생각날 때면,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열두알우동집’.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화성행궁 나들이는 이렇게 맛있는 우동 한 그릇으로 더욱 풍성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