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 장소를 정하는데, 다들 한마음으로 닭볶음탕에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다고 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바로 응암오거리에서 25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 ‘옛날토담집’이었다. 쟁쟁한 은평구 맛집들 사이에서 굳건히 살아남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퇴근 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응암오거리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익숙한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오히려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고 쾌적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노포라고 해서 낡고 불편할 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기분 좋게 맞이해줬다. 매장이 넓어서 옆 테이블과의 간격도 충분했고,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닭볶음탕은 당연히 시켜야 하고, 다들 입을 모아 칭찬하던 동그랑땡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닭볶음탕 小 사이즈와 동그랑땡을 주문했다. 이곳은 닭볶음탕과 동그랑땡의 조합이 워낙 유명하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주문 후,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멸치볶음, 김치, 오이무침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마치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추억의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김치는 적당히 익어 닭볶음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볶음탕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냄비에 담긴 닭볶음탕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닭고기, 감자, 양파, 떡 등 푸짐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 있었고,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냄비 위에는 싱싱한 파채와 깨소금, 앙증맞은 메추리알이 올려져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참고)

닭볶음탕이 끓기 시작하자, 친구들과 나는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자작한 국물이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텁텁하거나 기름진 느낌 없이 깔끔했고, 먹을수록 끌리는 중독성이 있었다. 닭고기는 15호, 16호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큼지막한 닭을 사용해서 그런지, 살도 많고 쫄깃했다. 푹 익은 감자는 입에서 살살 녹았고, 양념이 잘 배어 더욱 맛있었다.

닭볶음탕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동그랑땡이 나왔다. 큼지막한 크기에 놀랐고, 육전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떡갈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두툼했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동그랑땡을 집어 들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한입 베어 무니,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기름진 향이 향긋하게 퍼져 나갔고, 닭볶음탕 국물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싹 가셨다. 왜 다들 동그랑땡을 필수로 시켜야 한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동그랑땡은 닭볶음탕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도 했다. 닭볶음탕 한 입, 동그랑땡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던 동그랑땡처럼, 수제 특유의 정겨운 맛이 느껴졌다. 참고)

닭볶음탕과 동그랑땡을 먹는 동안, 소주병은 어느새 하나둘씩 비워져 갔다. 칼칼한 닭볶음탕 국물은 소주 안주로 제격이었고, 큼지막한 동그랑땡은 든든하게 배를 채워줬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매장이 넓어서 옆 테이블 눈치 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닭볶음탕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볶음밥을 주문했다. 닭볶음탕 양념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정말 필수 코스였다. 직원분이 남은 닭볶음탕 국물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직접 볶아주셨다. 볶음밥이 완성되자,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볶음밥을 한 입 먹으니, 닭볶음탕 양념의 매콤함과 김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볶음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정말 남김없이 모든 음식을 해치웠다. 그만큼 맛있었다는 증거였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옛날토담집은 25년 넘게 응암오거리에서 자리를 지켜온 노포답게, 추억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닭볶음탕과 동그랑땡의 환상적인 조합은 물론, 푸짐한 양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친구들과 닭볶음탕에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옛날토담집을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