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무작정 연희동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SNS에서 눈여겨봤던 작은 소바집, ‘소바쿠’ 때문이었다.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기에, 혹시나 웨이팅이 있을까 조바심 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지 속 낡은 듯 정겨운 외관과 소박한 음식 사진들이 묘하게 마음을 끌었더랬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역시나 예상대로 몇몇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질감이 살아있는 벽면에 동그랗게 박힌 ‘소바쿠’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푸른색으로 칠해진 글씨체가 왠지 모르게 장인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기다리는 동안, 문에 붙어있는 12월 휴무 안내를 힐끗 보았다. 붉은 색연필로 칠해진 ‘일’요일이 눈에 띈다. 괜히 헛걸음할 뻔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드디어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드디어 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은은한 조명이 나무 테이블을 비추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혼자 온 손님도 꽤 있었는데, 다들 편안한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 또한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는 소바와 우동, 그리고 튀김이 전부였다. 간결한 메뉴 구성에서 오히려 장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냉소바와 유부우동(10월~3월 한정 메뉴라고 한다.), 그리고 토리가라아게(닭튀김)를 주문했다. 곁들임 메뉴로 모듬 튀김도 궁금했지만,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을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토리가라아게. 갓 튀겨져 나온 닭튀김은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닭고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맥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닭 자체에 소금과 후추, 그리고 와사비로 간을 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왜 다른 테이블에서도 이 메뉴를 꼭 시키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큼지막한 닭튀김이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뒤이어 냉소바가 나왔다. 맑은 육수 위에 소바 면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다진 파와 간 무, 그리고 앙증맞은 방울토마토가 올려져 있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니, 온몸에 시원함이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육수는 튀김의 느끼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소바 면은 적당히 쫄깃했고, 육수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유부우동은 커다란 유부 한 장이 면 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뜨끈한 국물을 먼저 맛보니, 냉소바와는 또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큼지막한 유부는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국물을 머금어 더욱 풍성한 맛을 자랑했다. 다만 면은, 솔직히 말하면, 냉소바에 비해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소바 전문점답게 소바가 더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식의 양이 넉넉해서, 면 요리 두 개와 튀김 하나를 시키니 정말 배가 불렀다. 특히 토리가라아게는 양이 꽤 많아서, 둘이서 먹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튀김을 먹는 중간중간, 곁들여 나오는 단무지와 채소 스틱을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졌다.
혼자 방문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음미하며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옆자리 손님도 혼자 온 듯했는데, 말없이 소바를 후루룩 먹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멋있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여전히 웨이팅이 있었다. 다들 나처럼 맛있는 소바를 맛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겠지. 문득,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을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소바쿠’는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곳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서비스는 없었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닐지 몰라도, 연희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음에는 꼭 모듬 튀김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연희동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 맛본 소바와 닭튀김의 여운을 느껴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오늘 찍은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 , 소바 면의 윤기, 닭튀김의 바삭함, 그리고 따뜻한 조명 아래 놓인 음식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사진들을 보며, 다음에는 누구와 함께 ‘소바쿠’를 방문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며칠 후, 나는 다시 ‘소바쿠’를 찾았다.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였다. 친구 또한 ‘소바쿠’의 맛에 푹 빠져,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함께 나눠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다.

‘소바쿠’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소바쿠’가 가진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연희동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소바쿠’에 들러보길 바란다. 분명 당신도 ‘소바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웨이팅은 감수해야겠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소바쿠’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격주로 휴무라고 하니, 방문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10월부터 3월까지만 판매하는 유부우동도 놓치지 마시길. 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유부가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여줄 것이다.
다음에는 자루소바와 모듬 튀김에 도전해봐야겠다. ‘소바쿠’의 모든 메뉴를 섭렵하는 그날까지, 나의 연희동 맛집 탐방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소바쿠’는 내게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 되었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곳. 앞으로도 나는 종종 ‘소바쿠’를 찾아 맛있는 소바를 먹으며, 연희동의 정취를 만끽할 것이다.

연희동 골목 깊숙이 자리한 작은 소바집 ‘소바쿠’. 이곳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뜻밖의 행복을 발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소바쿠’에서 더 많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인생 맛집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