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산 자락에 기대어 앉은 60년 된 한옥,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새롭게 태어난 카페, 청화공간. 며칠 전부터 SNS를 뜨겁게 달구는 이곳의 사진들을 보며 마음을 설레왔다. 드디어 오늘, 그 기대감을 가득 안고 시흥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레 접어들었다. 예상대로 진입로는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내리니, 맑은 하늘 아래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넓은 마당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푸른 잔디 위에는 앙증맞은 풍선 모양의 조형물들이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통나무를 엮어 만든 듯한 원두막 스타일의 테이블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낡은 듯하면서도 정갈하게 관리된 한옥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야외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다고 하더니, 이전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한 듯했다.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높은 천장에는 묵직한 나무 기둥들이 얽혀 있었고, 앤티크한 샹들리에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곳곳에 놓인 고가구와 소품들은,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는 푸르른 정원이 펼쳐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본채 건물 안에는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는데, 각각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다. 어떤 방은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또 다른 방은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 좋도록 테이블 배치가 되어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창밖으로 정원이 내다보이는 방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를 살펴보니, 커피와 음료,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베이커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푸른소금슈패너’라고 한다. 크림 위에 푸른 소금이 올려진 독특한 비주얼의 커피라고 하는데, 왠지 끌리지 않았다. 나는 쑥 현미 크림 라떼와 딸기 크림 라떼, 그리고 생크림 딸기 크루아상과 크레페 케이크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에, 카페 곳곳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곳은, 담장 밖에 마련된 돔 형태의 자리였다. 아늑한 공간 안에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다.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주문한 메뉴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쑥 현미 크림 라떼는, 쑥의 향긋함과 현미의 고소함이 부드러운 크림과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딸기 크림 라떼는, 달콤한 딸기 향과 부드러운 크림이 만나, 입안 가득 행복한 맛을 선사했다. 생크림 딸기 크루아상은, 바삭한 크루아상 속에 신선한 딸기와 달콤한 생크림이 듬뿍 들어 있어, 환상적인 맛이었다. 크레페 케이크는, 부드러운 크레페 시트 사이에 달콤한 크림이 층층이 쌓여 있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면서,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페를 나섰다. 나오면서 보니, 출입문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열고 닫기가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잘 가꿔진 정원과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청화공간은,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었을까. 한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의 아름다움, 그리고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커피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원두 문제인지, 머신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메리카노는 약간 쓴 맛이 강했고, 라떼는 평범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주변에 다른 상점들이 많아 주차 공간이 부족한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화공간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특히, 엄마를 모시고 오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한옥 분위기와 잔디, 처마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청화공간을 나서며, 마음속에 작은 행복을 담아왔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힐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흥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시흥에서 만난 최고의 힐링 맛집, 청화공간에서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