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감성이 녹아든, 밀양 초동면의 깊은 맛 돼지국밥 맛집 기행

오랜만에 평일 오후 반차를 내고 떠난 짧은 여행, 목적지는 밀양 초동면이었다. 친구 녀석이 그 동네에 정착한 지도 벌써 5년. 얼굴도 볼 겸, 맛있는 저녁이나 함께 하자는 그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친구는 초동에 도착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돼지국밥집으로 향했다. 초동 맛집이라며 자신 있게 소개하는 그의 표정에서 이미 맛에 대한 확신이 엿보였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이었다. 논밭이 펼쳐지고, 낡은 농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겨운 풍경. 과연 이런 곳에 숨겨진 맛집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즈음,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초동맛집”이라고 적혀 있었다. 외관은 소박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내공이 느껴졌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커다란 가마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장작불이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시골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바로 이 가마솥에서 깊은 맛의 육수가 우러나오는 것이리라.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초동맛집 외부 전경
초동맛집의 정감 넘치는 외관. 붉은 벽돌과 가마솥이 인상적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옛날 사진들이 정겨움을 더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벽 한쪽에 전시된 시들이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이 시인이시라고. 음식 맛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감성까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덕분에 조용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돼지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다. 친구는 된장을 국물에 풀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며, 내게도 한번試해보라 권했다. 나는 그의 추천을 받아들여 된장을 살짝 풀어 넣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뚝배기 안에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가득했다. 반찬으로는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등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푸짐한 돼지국밥 한 상 차림
정갈하게 차려진 돼지국밥 한 상. 푸짐한 양과 다채로운 반찬이 식욕을 자극한다.

먼저 국물부터 한 숟갈 떠서 맛을 보았다. 진하고 깊은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돼지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특히 된장을 살짝 풀어 넣으니, 국물의 풍미가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의 추천은 역시 옳았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국밥에 말아, 깍두기 하나 올려 크게 한 입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돼지국밥은 역시 이렇게 먹어야 제맛이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돼지국밥 국물과 고기
뽀얀 국물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돼지국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풋고추는 신선하고 아삭했으며, 양파는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정신없이 돼지국밥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뼈해장국도 한번 먹어보라며 권하셨다. 서울에서까지 뼈해장국을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다며, 그 맛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셨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사장님의 추천을 거절할 수 없어 뼈해장국도 한 그릇 주문했다.

잠시 후, 큼지막한 뼈가 듬뿍 들어간 뼈해장국이 나왔다. 겉보기에도 얼큰해 보이는 국물은 침샘을 자극했다. 뼈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 국물에 적셔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줬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감칠맛까지 느껴졌다. 들깨 향도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정말 훌륭한 뼈해장국이었다.

친구는 족탕이라는 메뉴도 강력 추천했다. 족탕에는 도가니처럼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쉽게도 배가 너무 불러 족탕까지는 맛보지 못했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하며, 다음에 꼭 다시 찾아달라고 당부하셨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푸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밥을 말아먹는 돼지국밥
따끈한 밥을 국물에 말아 한 입 가득. 든든함이 온몸을 감싼다.

초동맛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깊은 맛의 돼지국밥과 뼈해장국, 시인의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 그리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사장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밀양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들러 그 맛과 정을 느껴보고 싶다. 그때는 족탕도 꼭 맛봐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밤 풍경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가로등 불빛 아래,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오늘 하루, 나는 밀양 초동면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듬뿍 느끼며,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가득 담아 돌아왔다. 초동 맛집,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초동맛집 외부
초동 맛집은 붉은 벽돌 건물로 멀리서도 눈에 띈다.
깔끔하게 비워진 돼지국밥 그릇
맛있는 국밥 한 그릇 뚝딱 비우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뽀얀 국물의 돼지국밥
뽀얀 국물은 깊은 맛을 자랑한다.
밀양돌곱창
다음에 밀양에 오면 밀양돌곱창도 꼭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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