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저녁 약속이 잡혔다. 목적지는 명지국제신도시. 사실 이 동네는 처음이라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를 걷다 보니 유독 눈에 띄는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오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오름’이라는 흑돼지 전문점이었다. 세련된 외관과 은은한 조명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였다. 마치 제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멋스러움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기다리는 시간마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곧이어 친구가 도착했고, 우리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였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역시 흑돼지 전문점답게 다양한 부위의 흑돼지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모둠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갓김치와 고사리 장아찌는 흑돼지와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했다.
밑반찬을 맛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돼지 모둠 세트가 등장했다. 선홍빛을 뽐내는 흑돼지의 비주얼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목살, 오겹살, 쫀득살 등 다양한 부위가 한 번에 제공되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고기와 함께 곁들여 구워 먹을 수 있는 큼지막한 새송이버섯과 꽈리꼬추, 멜젓도 함께 나왔다.

“저희는 고기를 직접 구워드립니다.” 직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숯불이 들어오고, 곧이어 흑돼지를 불판 위에 올려주셨다. 전문가의 손길로 구워지는 흑돼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어갔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는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드디어 첫 점을 맛볼 차례. 잘 익은 흑돼지 한 점을 멜젓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으니, 육즙이 팡 터지면서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최고였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오름의 흑돼지는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흑돼지를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오히려 입안이 더욱 깔끔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사리 장아찌와의 조합도 훌륭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흑돼지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줬다. 쌈 채소에 흑돼지, 갓김치, 고사리 장아찌를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서비스로 제공되는 김치찌개와 계란찜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김치찌개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고, 계란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흑돼지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폭탄 계란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계란찜은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후식으로는 가마솥밥을 주문했다. 갓 지은 따끈한 솥밥에 남은 흑돼지를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솥밥을 다 먹고 난 후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었다. 구수한 누룽지는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테이블을 수시로 확인하며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봐 주셨고, 고기를 굽는 솜씨도 능숙해서 덕분에 편안하고 맛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불판 위에 올려진 큼지막한 새송이버섯은 통으로 구워 육즙을 가득 담고 있었는데, 먹기 좋게 잘라주시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오름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고기의 질은 물론, 서비스,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치 제주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와 맛있는 흑돼지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명지국제신도시에서 흑돼지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오름을 추천하고 싶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오름의 외관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저녁, 오름에서 맛본 흑돼지의 풍미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부산 강서구에서 만나는 제주 흑돼지, 그 특별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오름’에 방문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