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의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숨겨진 듯 자리한 ‘느루집’은 그런 을지로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었다. 며칠 전부터 닭갈비가 어찌나 당기던지, SNS에서 을지로 닭갈비 맛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을 드디어 방문하게 된 것이다.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였다. 레트로 감성을 살린 듯한 조명과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닭갈비 집이라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창가 자리가 비어있길래 냉큼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닭갈비뿐만 아니라 부대찌개, 닭볶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닭갈비 전문점이지만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뼈 닭갈비 2인분과 들기름 막국수를 주문했다. 특히, 뼈 닭갈비는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됐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께서 정갈한 밑반찬들을 가져다주셨다. 쌈무, 샐러드, 깍두기 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이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에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닭갈비가 나오기 전 샐러드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뼈 닭갈비가 등장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닭갈비는 이미 주방에서 초벌되어 나온 상태였다. 덕분에 테이블에서는 3분 정도만 더 익혀 먹으면 된다고 했다. 성격 급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스템이었다.

무쇠 솥뚜껑 위에 올려진 닭갈비는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닭갈비 주변으로는 양배추, 감자, 깻잎 등 다양한 채소들이 함께 놓여 있었다. 특히 큼지막한 뼈가 붙어있는 닭갈비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닭갈비에서 풍기는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침샘을 자극했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닭갈비를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뼈와 살을 분리하고, 채소들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셨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닭갈비가 익기만을 기다릴 수 있었다.
드디어 닭갈비가 다 익었다. 제일 먼저 닭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숯불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쫄깃한 닭고기의 식감이 느껴졌다. 양념은 너무 맵지도 않고 달콤하면서 감칠맛이 느껴졌다. 뼈에 붙어있는 살은 특히 더 부드럽고 촉촉했다. 왜 이곳이 인생 닭갈비 집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닭갈비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쌈무의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이 닭갈비의 매콤함을 중화시켜주었고, 깻잎의 향긋한 향은 닭갈비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깻잎에 닭갈비를 싸서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닭갈비를 먹고 있을 때, 들기름 막국수가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김 가루와 들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막국수를 비비니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막국수 한 젓가락을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쫄깃한 면발과 고소한 들기름, 김 가루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닭갈비의 매콤함과 막국수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닭갈비를 막국수에 싸서 먹으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닭갈비를 먹고 남은 양념에 볶음밥을 해 먹는 것이야말로 닭갈비의 화룡점정이기 때문이다. 볶음밥 1인분을 주문하고, 직원분께 볶음밥을 맛있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직원분께서 남은 닭갈비 양념에 김치, 김 가루, 밥 등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주셨다. 무쇠 솥뚜껑에 볶음밥을 얇게 펴서 눌어붙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잠시 후, 맛있는 볶음밥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볶음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닭갈비 양념의 매콤함과 김치의 아삭함, 김 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무쇠 솥뚜껑에 눌어붙은 볶음밥은 바삭하면서 고소해서 더욱 맛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정말 싹싹 긁어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직원분께서 쿠폰을 하나 주셨다. 쿠폰을 가지고 다음에 방문하면 들기름 막국수를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했다. 덕분에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을지로 ‘느루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닭갈비와 친절한 서비스,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뼈 닭갈비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음에는 부대찌개와 닭볶음탕도 꼭 먹어봐야겠다. 을지로 맛집을 찾는다면 ‘느루집’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을지로의 밤거리는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빛나는 조명들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맛있는 닭갈비를 먹고 기분 좋게 거리를 걸으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오늘 하루, 정말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