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국물에 대한 갈망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며칠 전부터 묵직한 국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 줄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걸까. 그렇게 나는 인천 가좌동의 숨은 맛집, ‘진천토종순대’로 향했다.
이곳은 이미 순대국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난 곳이었다. 2천 건이 넘는 리뷰와 수백 장의 사진들이 그 명성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음식이 맛있어요”라는 키워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을 보니, 맛에 대한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 가는 길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는 손님부터, 가족 외식 장소로 이 곳을 꼽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가좌시장의 활기 넘치는 풍경을 지나, 드디어 ‘진천토종순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적힌 상호는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굳건함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숨겨진 맛집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 법인가 보다. 자리에 앉자마자 순대국을 주문했다. 매운맛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나는 매운맛 ‘강’으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가 눈앞에 놓였다. 검은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다진 양념과 들깨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후각을 자극하는 깊고 구수한 냄새는 빈 속에 요동치게 만들었다. 얼른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입 맛봤다. 캬!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순대국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건더기’다. 이 집은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숟가락으로 휘젓자, 탱글탱글한 순대와 쫄깃한 내장, 그리고 부드러운 고기가 아낌없이 들어있었다. 특히, 찹쌀순대가 아닌 토종순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면이 주를 이루는 일반 순대와는 달리,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진짜 순대였다.

순대국과 함께 제공되는 곁들임 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예술이었다. 갓 담근 듯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은 물론,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순대국이 나오기 전에 김치와 깍두기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뻔했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니, 그 맛은 보장된 셈이다.
매운맛 ‘강’을 선택한 덕분에, 먹을수록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은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기에 제격이었다. 뚝배기 안에는 당면과 쫄깃한 수제비도 숨어있어, 먹는 재미를 더했다. 뜨거운 국물에 입 안을 데어가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먹다 보니, 예전에 비해 내용물이 줄어든 것 같다는 리뷰가 떠올랐다. 하지만 내 뚝배기 안은 여전히 푸짐했다. 일반 순대국으로도 충분히 배불렀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 사이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드러났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역시 이 맛에 순대국을 먹는구나 싶었다. 계산대 옆에는 ‘진천토종순대’라고 적힌 봉투가 쌓여 있었다. 포장이나 배달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많은 듯했다.
가게를 나서며, 계산대에서 응대하는 남자 사장님의 무뚝뚝한 표정이 살짝 마음에 걸렸다. 친절한 직원분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맛 하나는 정말 최고였다. 다음에는 모듬순대와 함께 순대국을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청라에 2호점이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곳을 방문해봐야겠다.
진천토종순대는 단순한 지역 음식점을 넘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보약과도 같았다. 가좌동에서 맛있는 국밥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진천토종순대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