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며 마음속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푸른 바다와 싱그러운 초록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오직 하나, 변산 지역에서 숨겨진 맛집으로 소문난 ‘신사와 호박’에서의 식사였다.
내소사 근처에 자리 잡은 ‘신사와 호박’은 겉모습부터 정겨움이 느껴졌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푸근한 인상을 주었다. 25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식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된 모습에서 주인장의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니, 고등어구이와 별미밥상이 눈에 띄었다. 특히, ‘약선 별미밥상’이라는 메뉴 이름에서 건강함이 느껴져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놋그릇에 담긴 밥과 다양한 나물 반찬, 찌개, 계란찜, 그리고 김장아찌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가장 먼저 솥밥의 뚜껑을 열었다. 솔잎 가루가 솔솔 뿌려진 밥에서는 은은한 솔향이 풍겨져 나왔다. 밥알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젓가락으로 살짝 떠 맛보니 찰진 식감과 향긋한 솔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김장아찌는 처음 맛보는 별미였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다른 나물들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주인장 부부는 직접 재배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음식에서 자연의 맛이 느껴졌다. 특히, 15가지 약재를 넣어 직접 만든다는 간장은 그 깊은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밥과 나물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었다.
된장찌개는 시골 된장 특유의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했다. 두부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찌개는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뜨끈한 찌개 국물을 밥에 비벼 먹으니, 추위도 잊게 만드는 따뜻함이 온몸에 퍼져 나갔다. 다만, 묵은 된장 특유의 짠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어구이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밥 위에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인장 부부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했다. 반찬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고, 부족한 반찬은 더 가져다주시겠다고 말씀해주셨다. 마치 친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식당에서는 클래식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왔다. 창밖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식사를 하면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간장을 판매하고 계셨다. 맛을 보니 정말 훌륭해서, 망설임 없이 한 병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 밥에 비벼 먹으니, ‘신사와 호박’에서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적한 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을 맛보는 순간, 기다림은 충분히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또한, 메뉴 구성이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메인 요리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뿔소라 뚝배기를 기대하고 방문했지만, 메뉴에 없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사와 호박’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다. 하지만, 정갈하고 건강한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인장 부부의 따뜻한 정과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은 지친 일상에 힐링을 선사해준다. 변산 지역을 여행하면서 전라도의 진정한 맛집을 경험하고 싶다면, ‘신사와 호박’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신사와 호박’에서의 식사를 떠올렸다. 소박하지만 잊을 수 없는 맛, 따뜻한 정, 그리고 평화로운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다음에 변산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