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추억을 곱씹는 간짜장, 번암반점 향수 맛집 기행

오랜만에 평일 연차가 생겼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너무 좋았다. 이런 날은 무조건 나가야 해! 목적지는 예전부터 찜해둔 조치원의 맛집, ‘번암반점’으로 정했다. 생활의 달인에도 나왔다니, 그 맛이 얼마나 대단할까 기대하며 차에 몸을 실었다.

네비를 따라 도착한 번암반점은 생각보다 소박한 외관이었다. 붉은 벽돌 건물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정겹다.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생활의 달인’ 간판이 이곳이 예사로운 곳이 아님을 알려준다. 건물 옆에는 2025 한국소비자산업평가 ‘배달대상’ 수상 기념 배너가 서 있었다. 왠지 모를 믿음감이 솟아오른다.

주차는 가게 앞에 몇 대 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점심시간에는 꽤 혼잡할 것 같았다. 다행히 나는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은 단촐했다. 간짜장, 탕수육, 군만두, 공기밥. 메뉴가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는 메뉴에 집중한다는 의미일 거다. 나는 간짜장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특히, 이곳의 군만두는 일반적인 군만두와는 다른 ‘갈비군만두’라는 특별한 메뉴라 더욱 기대가 됐다.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지.

메뉴판
단촐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메뉴판

주문 후, 따뜻한 물과 함께 기본 반찬이 나왔다. 깍두기와 양파, 춘장. 깍두기는 직접 담근 듯,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김치 맛이 좋다는 평이 많은 만큼 기대가 컸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벽에는 ‘주문 후 조리가 시작되오니 조리시간이 소요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즉석에서 조리하는 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겠지.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오래된 듯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이곳을 운영하는 분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짜장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 소스가 면 위에 듬뿍 얹어져 있었다. 짜장 소스에서는 은은한 불향이 느껴졌다. 면은 탱글탱글했고, 짜장 소스는 보기만 해도 꾸덕해 보였다. 얼른 비벼서 한 입 먹어보니, 과연, 왜 이곳이 간짜장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간짜장
윤기가 흐르는 간짜장의 자태

짜장 소스는 짜지 않고, 적당히 달콤하면서 고소했다. 양파는 아삭아삭했고, 돼지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했다. 특히, 짜장 소스에 들어간 큐브 모양의 두부가 인상적이었다. 볶은 양파에서 느껴지는 불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면과 소스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짜장 소스에 밥을 비벼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짜장 소스가 워낙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간짜장
면을 다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먹으면 꿀맛

이어서 탕수육이 나왔다. 탕수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다. 튀김옷은 얇고, 돼지고기는 두툼했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했고, 탕수육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탕수육 소스에 들어간 양파가 신선하고 아삭해서 좋았다. 탕수육을 한 입 먹으니, 왜 이곳 탕수육이 인기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탕수육
겉바속촉의 정석, 탕수육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서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기다림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어떤 손님은 1시간을 기다렸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요즘은 중국집도 키오스크를 사용하는구나, 신기했다.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친절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응대해주는 느낌이랄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가 든든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도 좋아졌다. 번암반점은, 맛과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 다음에는 꼭 갈비군만두를 먹어봐야지.

안내문
주문 후 조리가 시작된다는 안내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번암반점에서의 특별한 식사 경험을 되새겨 보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이것이 바로 번암반점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조치원 맛집을 찾는다면, 번암반점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번암반점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번암반점 외관
기본 반찬
정갈한 기본 반찬
면
탱글탱글한 면발
갈비만두
다음에는 꼭 먹어볼 갈비만두
간짜장
다시 봐도 군침이 도는 간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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