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벼르던 곳, 드디어 시간을 내어 안양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원조 안양감자탕’.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감자탕 맛은 과연 어떨까? 유튜브에서 봤던 탑게이 형님의 극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간판부터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은 왠지 모를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낡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 파란색 페인트칠이 벗겨진 나무 판넬과 빛바랜 ‘안양 감자탕’ 글씨는 이곳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가게 유리창에는 여러 방송 출연 사진들과 유명인들의 방문 흔적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중에는 가수 김종국 씨의 사진도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은 꽤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지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꽤 있었다. 벽에는 메뉴판과 함께 ‘비지감자탕 맛있게 드시는 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983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문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콩비지감자탕’이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하니, 당연히 콩비지감자탕 (대)자를 주문했다. 4명이서 먹기에 적당한 양이라고 한다. 메뉴판에는 콩비지감자탕 외에도 뼈해장국, 닭볶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특히 우거지 추가, 볶음밥 추가 같은 옵션도 눈에 띄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콩비지감자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뽀얀 비지와 함께 푸짐하게 쌓인 대파, 그리고 보기만 해도 매콤해 보이는 양념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자탕 냄비 아래에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었고, 곧이어 불이 켜졌다. 끓기 시작하자, 테이블 가득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벽에 붙어있는 ‘비지감자탕 맛있게 드시는 법’을 정독했다. 육수가 끓으면 비지를 섞고, 비지가 넘치면 빈 그릇에 국물을 덜어 놓으라고 한다. 콩비지는 생콩이므로 5~8분 정도 충분히 끓여 먹어야 한다고. 친절한 설명 덕분에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콩비지감자탕이 끓기 시작했다. 뽀얀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모습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큼지막한 뼈다귀와 감자, 그리고 듬뿍 들어간 콩비지가 눈길을 끌었다. 국자로 국물을 휘저으니, 콩비지가 녹아들면서 국물이 점점 걸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 접시에 뼈다귀와 콩비지를 듬뿍 담아왔다.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뼈에서 우러나온 육수의 깊은 맛과 콩비지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일반 감자탕과는 확실히 다른,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맛이었다. 첫 입에는 살짝 밍밍한가 싶었지만, 먹을수록 콩비지의 담백함에 중독되는 느낌이었다.

뼈에 붙은 살코기는 어떨까? 젓가락으로 살코기를 발라내어 맛을 보니, 아쉽게도 살짝 퍽퍽했다. 오랜 시간 끓여낸 듯, 육질이 부드럽기보다는 다소 질긴 느낌이었다. 예전에 방문했던 손님들의 후기처럼, 고기가 퍽퍽하다는 의견이 떠올랐다. 하지만 콩비지 국물과 함께 먹으니, 퍽퍽함이 어느 정도 중화되는 듯했다.
감자는 포슬포슬하게 잘 익었다.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듯했다. 콩비지 국물에 으깨어 먹으니, 더욱 고소하고 맛있었다.
콩비지감자탕에는 우거지가 많이 들어있지 않았다. 우거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우거지를 듬뿍 즐기고 싶다면, 추가 주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감자탕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감자탕 국물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정말 환상의 조합이다. 김치와 김가루, 참기름이 더해진 볶음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을 긁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정신없이 콩비지감자탕과 볶음밥을 먹고 나니, 배가 정말 불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었더니, 몸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이전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곧 가게를 이전한다고 한다. 이전하는 곳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주차비가 5천 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원조 안양감자탕’은 내게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의 깊은 맛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특히 콩비지를 넣은 감자탕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였다. 하지만 고기의 퍽퍽함과 부족한 우거지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30-40분씩 달려와서 먹을 정도의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콩비지감자탕이라는 독특한 메뉴와 노포의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여러 명과 함께 방문해서 콩비지감자탕과 볶음밥을 푸짐하게 즐기고 싶다. 그때는 고기의 퀄리티가 더욱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콩비지감자탕의 여운이 계속 남았다. 묘하게 끌리는 그 맛, 과연 몇 번 더 방문해야 ‘인생 감자탕’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안양 맛집 탐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