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쉼’이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숙소를 애월로 정한 건 탁 트인 바다 풍경과 한적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짐을 풀자마자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노을이 지는 바다는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며 걷던 중, 아담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이자카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창밖으로 보이는 아늑한 분위기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그곳이 바로 나의 제주 최애 술집이 된 ‘또16’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벽면에 붙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는 귓가를 간지럽혔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었다. 사장님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혼자 온 손님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편안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꼬치, 샐러드, 야끼소바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술 종류도 다양했다. 사케, 하이볼, 맥주, 위스키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고민 끝에 숯불 꼬치와 하이볼을 주문했다.

주문한 하이볼이 먼저 나왔다. 투명한 잔에 담긴 하이볼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니, 입안 가득 퍼지는 상큼한 레몬 향과 위스키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톡 쏘는 탄산은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기본 안주로 나온 크래커와 샐러드를 먹으며 하이볼을 홀짝이니, 꼬치가 나오기 전부터 입맛이 돋워졌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숯불 꼬치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꼬치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닭, 돼지, 야채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장 먼저 닭꼬치를 맛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닭꼬치는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닭고기의 풍미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돼지 꼬치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짭짤한 양념은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야채 꼬치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은은한 단맛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꼬치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쉴 새 없이 꼬치를 먹으며 하이볼을 들이켰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좋은 분위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시간이 늦어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장님은 “오늘 하루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네, 덕분에 너무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답하며 가게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숙소까지 걸어갔다. 오늘 하루, ‘또16’에서의 기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며칠 후, 나는 다시 ‘또16’을 찾았다. 제주 여행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였다. 친구 또한 ‘또16’의 분위기와 맛에 흠뻑 빠졌다. 우리는 꼬치와 함께 사케를 주문했다. 사장님은 우리의 취향에 맞춰 사케를 추천해주셨다. 은은한 향이 나는 사케는 꼬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사장님은 우리에게 깜짝 선물을 주셨다. 직접 만드신 감자 샐러드였다. 부드러운 감자와 아삭한 야채의 조화가 일품인 감자 샐러드는 정말 꿀맛이었다. 우리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덕분에 우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16’은 맛있는 음식과 술, 좋은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까지 삼박자를 갖춘 완벽한 곳이었다. 혼자 여행 온 사람도, 친구와 함께 온 사람도 모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지브리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16’을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가게 곳곳에 숨어있는 지브리 캐릭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벽면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제주 애월의 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또16’을 방문해보자.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제주 애월에서 만난 맛집, ‘또16’은 내 기억 속 제주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