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맛이 살아 숨 쉬는, 부산대 앞 ‘비봉식당’에서 만나는 추억의 돼지국밥 맛집

오랜만에 찾은 부산, 그중에서도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부산대학교 앞. 20년 전, 풋풋한 대학생 시절 텅 빈 배를 채워주던 돼지국밥집들이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좁은 골목길을 헤쳐 나갔다. 그 시절, 친구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드나들던 허름한 국밥집들의 간판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곳, 바로 ‘비봉식당’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 낡은 듯 정겨운 외관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진주 비봉식당’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한 간판 아래, 빛바랜 메뉴 사진들이 붙어있는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릴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더했다.

비봉식당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비봉식당의 정겨운 간판.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낡은 달력과 흑백 사진들은 이곳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테이블 위에는 스테인리스 물통과 컵, 수저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을 엿볼 수 있었다. 4인 테이블이 10개 남짓 놓인 공간은 점심시간이 되자 순식간에 손님들로 가득 찼다. 혼자 온 손님, 친구와 함께 온 학생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7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듯한 할머니께서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돼지국밥, 내장국밥, 순대국밥 등 다양한 국밥 종류와 수육, 순대 등의 안주류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5천 원으로 즐길 수 있었던 돼지국밥이 이제는 8천 원으로 올랐다는 사실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여전히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었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돼지국밥과 순대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할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뽀얀 국물에 다진 양념이 얹어져 나오고, 부추와 소면이 곁들여 나오는 기본 돼지국밥 스타일이다. 쟁반 위에는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마늘, 새우젓, 쌈장 등 푸짐한 밑반찬이 가득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돼지국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돼지국밥 한 상 차림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제공되는 돼지국밥 한 상 차림.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국물 안에는 얇게 썰린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야들야들한 식감의 돼지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나는 먼저 국물에 밥을 말아, 돼지고기와 함께 크게 한 입 먹었다. 따뜻한 밥과 진한 국물, 그리고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돼지국밥 클로즈업
진한 육수와 푸짐한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돼지국밥.

함께 나온 소면을 국밥에 넣어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쫄깃한 면발이 국물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쌈장에 양파와 마늘을 찍어 먹으니, 알싸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이어서 나온 순대는 갓 쪄낸 듯 따뜻하고 촉촉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순대는 쫄깃한 껍질 안에 찹쌀과 각종 채소가 가득 들어 있었다. 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비봉식당의 순대는 돼지 내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돼지 냄새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윤기가 흐르는 순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순대.

국밥을 먹는 동안, 할머니는 연신 “맛있게 드세요”라며 따뜻한 미소를 건네주셨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어느덧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따뜻해졌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할머니는 “맛은 괜찮았어요?”라며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나는 “정말 맛있었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너무 좋았습니다”라고 답했다.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비봉식당을 나서며, 나는 마치 오래된 친구와 헤어지는 듯한 아쉬움을 느꼈다.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이 그리워, 조만간 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다.

비봉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비봉식당 내부 모습.

총평:

비봉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돼지국밥은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푸짐한 밑반찬과 따뜻한 인심은 덤이다. 부산대학교 앞에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다면, 비봉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의 허기를 달래주었던 이곳에서, 추억과 맛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노포이지만, 주방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믿음이 간다.

꿀팁:

*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많으니,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돼지국밥 외에도 내장국밥, 순대국밥 등 다양한 국밥 종류가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 수육과 순대는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는 분위기이다.
* 사장님 내외분이 매우 친절하시다.

비봉식당 메뉴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비봉식당.

아쉬운 점:

* 시설이 다소 낡은 편이다.
*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 순대의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도 있다.
* 진한 국물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 반찬의 신선도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재방문 의사:

* ★★★★★ (5/5)

총점:

* 맛: 4/5
* 가격: 4/5
* 분위기: 3/5
* 친절도: 5/5
* 청결도: 4/5

오랜만에 방문한 비봉식당은 여전히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변함없는 맛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이곳을 찾아, 맛있는 돼지국밥을 먹으며 옛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부산 맛집 기행, 그 첫 페이지를 장식한 비봉식당에서의 든든한 한 끼였다.

돼지국밥과 순대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돼지국밥과 순대.
다양한 밑반찬
돼지국밥과 함께 제공되는 다양한 밑반찬들.
비봉식당 천장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천장.
푸짐한 한 상
푸짐한 돼지국밥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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