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닭갈비 생각에 무작정 하남으로 향했다. 춘천까지 갈 여유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통 닭갈비의 깊은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하남시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 춘천골 닭갈비. 왠지 모르게 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깊은 내공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글씨로 쓰인 ‘춘천골 닭갈비’라는 상호와, 그 옆에 작게 새겨진 ‘since 1995’라는 문구가 이 집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가게 앞에는 두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다른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근처 골목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겨우 한 자리를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닭갈비 볶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비좁게 느껴졌지만, 이런 북적거림마저도 맛집의 활기찬 분위기를 더하는 듯했다. 좌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나는 편하게 의자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니 닭갈비가 메인 메뉴였고, 사리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닭갈비 2인분에 우동 사리를 추가하고, 왠지 허전할 것 같아 주먹밥도 하나 주문했다. 잠시 후, 푸짐한 닭갈비가 커다란 철판 위에 얹어져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닭고기와 양배추, 깻잎, 떡 등의 재료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특이하게도, 춘천골 닭갈비는 주방에서 거의 조리가 완료된 상태로 나왔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닭갈비를 보니, 어서 빨리 맛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젓가락을 들어 닭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달콤한 양념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닭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했고, 양배추는 아삭아삭했다. 특히 깻잎의 향긋한 향이 닭갈비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요즘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체인점 닭갈비와는 확연히 다른,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닭볶음탕의 고급스러운 버전 같다고 해야 할까.
함께 나온 동치미도 닭갈비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시원하고 새콤한 동치미 국물은 매콤한 닭갈비의 맛을 중화시켜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닭갈비 한 입, 동치미 한 모금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이 집 동치미, 정말 보통이 아니다.

우동 사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쫄깃한 우동 면발에 닭갈비 양념이 듬뿍 배어들어, 그 맛이 정말 최고였다. 닭갈비와 함께 우동 사리를 먹으니, 마치 두 가지 요리를 한 번에 즐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쫄면 사리도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먹밥은 김가루가 듬뿍 뿌려져 나왔다. 따뜻한 밥에 김가루의 고소한 맛이 더해져, 닭갈비와 함께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다만 김가루가 너무 많아서 조금 덜어내고 먹어야 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닭갈비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닭갈비 양념에 밥과 김치, 김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정말 최고의 마무리였다. 특히 철판 바닥에 눌어붙은 밥을 긁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볶음밥에 치즈를 추가해서 먹으면 더욱 고소하고 맛있다고 해서, 다음에는 꼭 치즈를 추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받았다.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써주시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항상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는데, 그 모습에서 2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여유와 따뜻함이 느껴졌다.

춘천골 닭갈비는 맛, 서비스, 분위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정말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비록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가게가 다소 비좁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하남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닭갈비에 낙지 사리, 치즈 사리까지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볶음밥을 먹을 때 치즈를 빼놓지 않아야지. 아, 그리고 동치미도 넉넉하게 부탁드려야겠다.
춘천골 닭갈비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깊은 맛과 따뜻한 정이 내 마음속에 스며든 것 같았다. 하남에 숨겨진 보석 같은 닭갈비 맛집, 춘천골 닭갈비. 앞으로 닭갈비가 생각날 땐, 춘천까지 갈 필요 없이 하남으로 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