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동강 품은 한우 맛집에서 만난 인생 비빔냉면

어쩌면 1년에 한 번, 어쩌면 십 년에 한 번. 강원도 영월은 내게 그런 도시다.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의 물줄기처럼, 삶의 여정 속에서 문득 떠올라 나를 이끄는 곳.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단 하나, 영월 맛집 에서 맛보는 한우 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인생의 비빔냉면을 만났다.

영월에 도착하자마자 서부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동강한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차를 댈 수 있었다. 1층은 정육식당처럼 운영되고, 2층은 연회석처럼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나는 정육식당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1층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마치 축제가 시작되기 직전의 광경처럼 북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쇼케이스 안에는 붉은빛 자태를 뽐내는 한우들이 부위별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등심, 채끝, 갈비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마블링이었다. 마치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지방과 살코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쇼케이스 안의 마블링이 선명한 한우
섬세한 마블링이 돋보이는 한우의 자태.

고민 끝에 ++투플 등급의 채끝살과 살치살을 골랐다. 붉은색과 흰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마블링은 신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쟁반에 담긴 고기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직접 고르는 방식이라 그런지, 가격은 확실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가격에 투플 한우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테이블 위에는 기본적인 찬들이 놓였다. 숯불이 아닌 불판이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고기의 퀄리티가 모든 것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곧이어 뜨겁게 달궈진 불판이 등장했다. 은빛 쟁반처럼 빛나는 불판은 곧 붉은색 향연이 펼쳐질 무대가 될 것이다.

채끝살을 불판 위에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얇게 퍼진 기름이 불판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핏기가 가시자마자 재빨리 뒤집었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굽는 것이 중요했다.

잘 익은 채끝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은, 내가 왜 영월까지 한우를 먹으러 왔는지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한우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서 춤추는 채끝살.

이번에는 살치살을 구워봤다. 채끝살보다 조금 더 기름기가 많아서인지, 불판 위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살치살 역시 입에 넣자마자 황홀경을 선사했다. 풍부한 지방 덕분에 더욱 고소하고 녹진한 맛이 느껴졌다.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은 입안을 촉촉하게 적셨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뭔가 색다른 것이 당겼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비빔냉면이 눈에 띄었다. 사실 고깃집 냉면에 큰 기대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있었다.

잠시 후, 붉은 양념장이 듬뿍 올려진 비빔냉면이 나왔다. 면발은 보기만 해도 쫄깃해 보였고,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망설임 없이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입에 넣었다.

바로 그 순간, 내 미각의 지도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비빔냉면은 그저 흉내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복합적인 맛의 향연이 입안에서 펼쳐졌다. 쫄깃한 면발은 씹을수록 탄력을 더했고, 양념은 면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혀를 감쌌다.

동강한우 주차장
넓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다.

솔직히 고기 맛은 다른 한우 맛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비빔냉면은 차원이 달랐다. 한우는 그저 훌륭한 조연이었을 뿐,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이 비빔냉면이었다.

냉면과 함께 나온 육수 또한 평범함을 거부했다. 멸치육수 특유의 비릿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육수를 부어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된장찌개는 아쉽다는 평이 많았지만, 나는 이미 비빔냉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굳이 흠을 잡자면, 밥알이 조금 흩날리는 느낌이 있었다는 정도일까. 하지만 이마저도 비빔냉면의 강렬한 인상에 묻혀버렸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 영월 방문 때는 꼭 비빔냉면을 곱빼기로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나는 한우가 아닌, 비빔냉면을 먹기 위해 영월에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블링이 훌륭한 한우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환상적인 마블링.

영월 한우 맛집 ‘동강한우’는,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로 남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새로운 미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 소중한 공간. 동강의 잔잔한 물결처럼,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한우와 곁들여 먹는 신선한 채소
신선한 채소와 함께 즐기는 한우의 풍미.
다양한 부위의 한우
취향에 따라 다양한 부위를 즐길 수 있다.
동강한우 주변 풍경
영월 서부시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된장찌개
된장찌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기본 상차림
정갈한 기본 상차림.
동강한우 건물 외관
넓은 주차장을 보유한 동강한우 건물.
육회
신선한 육회.
불고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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