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국도변을 달리다 문득 허기가 졌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밤 8시. 급하게 차를 돌려 문경시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무언가 특별한 것으로 채우고 싶다는 강렬한 이끌림에 사로잡혔다. 문경에는 어떤 맛있는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용궁석쇠구이’였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간판에 커다랗게 “맛 없으면 반성문 100장”이라고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자신 있으면 저런 문구를 내걸었을까? 호기심과 기대감이 동시에 샘솟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에 깜짝 놀랐다. 테이블은 4인용이 겨우 5개 정도 놓여 있는 작은 매장이었지만, 이미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건, 얼큰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동네 아저씨들의 모습이었다. 왠지 모를 신뢰감이 샘솟았다. ‘아, 여기는 진짜 찐 맛집이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석쇠구이 전문점답게 돼지, 오리, 오징어, 닭발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은 모두 13,000원으로 동일했고, 돼지껍데기는 10,000원이었다. 식사 메뉴는 공기밥뿐. 이곳은 밥을 먹으러 오는 곳이라기보다는, 술 한잔 기울이며 석쇠구이를 즐기기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돼지 석쇠구이 1인분과 공기밥 2개를 주문했다.
주문 후, 가게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벽에는 메뉴판과 함께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는 인증 액자가 걸려 있었다. 역시, 괜히 맛집이라고 소문난 게 아니었어. 은은한 조명 아래, 정겨운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이었다. 테이블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테이블이었고, 벽에는 낙서 대신 손님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잠시 후, 기본 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쌈 채소, 쌈장, 마늘, 풋고추, 그리고 특이하게도 단무지 무침이 나왔다. 젓가락으로 단무지 무침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은은한 참기름 향과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흔히 먹던 단무지 무침과는 차원이 다른,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 석쇠구이가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붉은 빛깔의 석쇠구이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과 함께, 은은하게 풍겨오는 연탄 불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사진에서 보듯 석쇠 위에서 구워진 돼지고기는 불맛을 머금고 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석쇠구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миг мира! 연탄 불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면서, 돼지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줬다.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완벽한 굽기였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석쇠구이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마늘과 풋고추를 곁들이니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없이 석쇠구이를 먹다 보니, 문득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졌다. 특히 매콤한 오징어 석쇠구이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서 결국, 오징어 석쇠구이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붉은 양념을 입은 오징어 석쇠구이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돼지 석쇠구이와는 또 다른, 강렬한 매콤함이 코를 자극했다.

오징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쫄깃한 식감과 함께 매콤한 양념이 입안을 강타했다. 돼지 석쇠구이와는 달리,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매운맛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매운맛이었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특히, 오징어 석쇠구이에는 큼지막한 대파가 함께 구워져 나왔는데, 매콤한 오징어와 달콤한 대파의 조합이 훌륭했다.
돼지 석쇠구이와 오징어 석쇠구이, 두 가지 메뉴 모두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돼지 석쇠구이에 한 표를 더 던지고 싶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그리고 은은한 불향이 어우러진 돼지 석쇠구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물론, 매콤한 오징어 석쇠구이도 훌륭했지만, 돼지 석쇠구이의 깊은 풍미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게 바로 앞에 있는 모전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또,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연탄불에 직접 구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은 훌륭하다.

배부르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섰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오늘 맛본 석쇠구이의 여운을 곱씹었다. 문경에서 만난 작은 맛집 ‘용궁석쇠구이’. 문경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 석쇠불고기의 참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닭발 석쇠구이와 돼지 껍데기를 먹어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연탄 불향이 가득했다. 오늘 저녁, 나는 문경의 작은 맛집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