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골목길 숨은 보석, 간판 없는 그 집에서 맛보는 특별한 향신료 카레 맛집 여정

성북동, 그 좁다란 골목길 어귀에 자리 잡은 작은 카레집. 간판조차 없는 그곳은,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날의 메뉴를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게 앞에는 조용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다림은 예상보다 길었다. 가게는 작은 테이블 두 개와 바 테이블 몇 석이 전부인 아담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가게에서 준비해둔 양산을 쓰고 있노라니, 오히려 그 기다림마저 설렘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 향신료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내부는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더했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의 메모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추억과 애정이 느껴졌다. 마치 심야식당 같은 따스함이랄까.

메뉴는 단출했다. 고정 메뉴인 시금치 카레와 2주마다 바뀌는 특별 메뉴 카레, 그리고 일본식 계란 조림인 아지타마고가 전부였다. 고민 끝에, 나는 처음이라는 향신료 카레 입문자에게 좋다는 버터치킨카레와 시금치카레, 그리고 아지타마고를 주문했다.

버터 치킨 카레
정갈하게 담겨 나온 버터 치킨 카레의 모습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물병이 눈에 들어왔다. 맑은 물에는 민트 잎이 담겨 있어, 은은한 향이 기분 좋게 퍼져 나왔다.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쓴 세심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카레가 나왔다. 버터 치킨 카레는 뽀얀 쌀밥 위로 붉은색 향신료가 살짝 뿌려져 나왔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카레는 부드러운 크림이 드리워져 한층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곁들여진 당근 라페는 색감의 조화를 더했다. 시금치 카레는 녹색의 카레 위에 오크라가 썰어져 올려져 있어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먼저 버터 치킨 카레를 한 입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토마토의 새콤한 맛과 버터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신료의 향은, 흔히 먹던 일본식 카레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선사했다. 닭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카레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카레와 물병
카레와 함께 놓인 민트 물병이 산뜻함을 더했다.

다음으로 시금치 카레를 맛보았다. 시금치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은, 마치 건강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카레에 들어간 오크라는 독특한 식감을 더해, 먹는 재미를 높였다.

아지타마고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반숙으로 익혀진 계란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카레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오무 카레
촉촉한 오므라이스 이불을 덮은 듯한 오무 카레

카레를 먹는 동안,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부족한 밥과 카레는 언제든지 리필이 가능했고,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셨다. 가게 내부는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좁은 골목길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은 가벼웠다. 맛있는 카레와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까지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는 어떤 카레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2주마다 메뉴가 바뀐다는 점은, 이곳을 계속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다음에는 꼭 다른 종류의 카레를 맛보러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민트 물
카레의 풍미를 더하는 시원한 민트 물

이곳은 단순한 카레집이 아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북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간판 없는 그 집에서 맛있는 카레와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협소하여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이다.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카레 한상 차림
정갈한 카레 한 상 차림

가게 운영 방식에 대한 몇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뉴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아예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웨이팅을 피하는 방법이다. 가게가 조용한 분위기를 지향하므로,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비벼먹기
밥과 카레, 토핑을 슥슥 비벼 한 입 가득

개인적으로는 인도 여행 중 맛보았던 강렬한 향신료의 맛보다는, 일본식 카레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덕분에 일본 카레 맛집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다음에 방문하면, 시즌 한정 메뉴인 키마 카레를 꼭 먹어봐야겠다. 커민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는 후기를 보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카레와 단무지
카레와 함께 곁들여 먹기 좋은 단무지

결론적으로, 간판 없는 그 집은 성북동에서 특별한 카레 맛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낯선 향신료에 대한 포용력만 있다면, 분명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방문하여 새로운 카레를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메모들
벽 한켠을 가득 채운 방문객들의 메모
시금치 카레와 물병
고정 메뉴인 시금치 카레와 시원한 물
카레와 물
카레와 시원한 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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