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역 6번 출구, 그 복잡한 골목길 어귀에 자리 잡은 장수보쌈.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묘하게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파란색 간판에 노란 글씨로 쓰인 상호는 어딘가 모르게 정겨움을 풍겼고, 그 아래 작은 천막이 드리워진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원할머니 보쌈의 시작을 함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었다. 왠지 모를 기대감을 안고 문을 열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4인 테이블이 대여섯 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2인 테이블은 따로 없어 혼자 온 나는 조금 멋쩍은 기분으로 한자리를 차지했다. 토요일 오후,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테이블은 거의 꽉 차 있었다.
메뉴는 단출했다. 보쌈과 칼국수, 그리고 보쌈백반. 칼국수도 궁금했지만, 오늘은 왠지 보쌈에 집중하고 싶어 보쌈백반을 주문했다. 가격은 1인분에 15,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이곳만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주문을 마치자, 쟁반 가득 밑반찬들이 쏟아져 나왔다. 콩나물국, 시금치 무침, 어묵볶음, 깍두기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찬들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큼지막하게 썰어 담은 보쌈김치였다. 굴이 넉넉히 들어간 것이,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쌈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뽀얀 수육이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고기는 삼겹살 부위는 아닌 듯했지만, 얇게 썰어낸 모양새가 왠지 부드러울 것 같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솥에서 갓 꺼낸 듯,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얇게 썰린 덕분에 퍽퍽함 없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이 집의 핵심은 바로 김치였다. 굴과 무채가 듬뿍 들어간 보쌈김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김치 한 점을 찢어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맵기만 한 김치가 아니라,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고기 한 점에 김치 한 점을 올려, 새우젓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환상의 조합이었다. 부드러운 고기와 아삭한 김치의 조화, 그리고 새우젓의 짭짤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밑반찬으로 나온 시금치 무침도 슴슴하니 맛있었다. 간이 세지 않아 보쌈과 함께 먹기에도 좋았다. 콩나물국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혼자 와서 보쌈백반을 즐기는 사람, 친구와 함께 칼국수를 시켜 먹는 사람,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젊은 여성 손님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최근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혼자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들의 대화가 슬며시 들려왔다. 순두부찌개도 맛있다는 이야기였다. 다음에는 순두부찌개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누런 종이에 손글씨로 정겹게 쓰여 있었다. 메뉴 옆에는 가격이 적혀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데, 카운터에는 카드 단말기가 천으로 덮여 있었다. 현금만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미리 알아보고 오지 않은 탓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계좌이체도 가능하다고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현금만 받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왠지 이곳만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져 나쁘지만은 않았다.
장수보쌈은 최신식 시설이나 세련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오랜 시간 변치 않는 맛과 정겨운 분위기가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과, 잊고 지냈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쨍한 햇살이 쏟아졌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종로의 숨은 보석 같은 장수보쌈.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세련됨보다는 정겨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종로5가 맛집이다. 다음에는 꼭 막걸리 한잔과 함께 보쌈을 즐겨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