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잊혀질 뻔했던 기억 속 한 조각을 찾아 떠나는 기분이었다. 부천역 CGV 건물,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을 5층 푸드코트. 지금은 텅 빈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곳에 홀로 불을 밝히고 있는 한 곳, 돈까스와 스파게티를 함께 판매하는 돈스파가 오늘의 목적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웅성거리는 소리 대신 정적만이 흐르는 푸드코트는,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낡은 듯, 한편으로는 정겨운 식탁과 의자들이 놓여있는 넓은 홀 풍경은,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세기말 아포칼립스’ 분위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마지막 남은 가게라는 타이틀이 주는 아련함 때문일까, 왠지 모를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돈스파는 푸드코트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빛나는 간판에는 돈까스와 스파게티 사진이 가득했고, 그 아래에는 다양한 메뉴들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 촌스럽지만 정감가는 비주얼이었다. 수제 돈가스가 6,000원부터 시작이라는 가격표는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메뉴판을 스캔하듯 훑어보며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돈까스, 치킨까스, 생선까스, 함박스테이크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이 푸짐한 녀석으로 결정했다.
주문 후,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이 듬성듬성 놓여 있었고, 드문드문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 커플, 남자들끼리 온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을 찾았겠지만, 왠지 모르게 나처럼 추억을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한 켠에는 돈스파를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낙서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담긴 낙서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트 메뉴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돈까스, 치킨까스, 생선까스, 함박스테이크, 샐러드, 스파게티, 밥, 그리고 콜라까지! 8,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 양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머스타드 소스와 마요네즈가 뿌려진 치킨까스와 생선까스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함박스테이크 위에는 반숙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어 더욱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가장 먼저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가 훌륭했다. 달콤한 소스는 어릴 적 먹던 경양식 돈까스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뒤이어 치킨까스와 생선까스도 맛봤다. 닭고기의 담백함과 생선의 부드러움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함박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식감과 촉촉한 육즙이 일품이었다. 특히 반숙 계란 프라이와 함께 먹으니 더욱 고소하고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돈까스 옆에 놓인 스파게티는 토마토 소스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살짝 불에 그을린 듯한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돈까스를 먹는 중간중간 샐러드를 곁들이니 입안이 상큼하게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양배추와 마요네즈, 케첩의 조합은 단순하지만,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느끼할 틈 없이 돈까스, 치킨까스, 생선까스, 함박스테이크를 번갈아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콜라 한 모금을 들이켜니, 탄산의 청량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쉴 새 없이 포크를 움직이며 돈까스를 먹어치웠다.

어느덧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푸드코트에서 돈까스를 먹던 추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돈스파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질문에, 나는 “네, 정말 맛있었어요. 어릴 적 먹던 돈까스 맛 그대로네요.”라고 대답했다. 사장님은 “저희 가게는 몇 년 동안 맛이 변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추억을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라며 웃으셨다. 계산을 마치고 주차 등록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사장님의 친절함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돈스파는 맛, 양, 가격 삼박자를 모두 갖춘 최고의 가성비 식당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은 물론, 맛 또한 훌륭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푸드코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텅 빈 푸드코트에 홀로 남아있는 돈스파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짠했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돈스파는 돈까스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냉모밀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냉모밀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천에서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는다면, 혹은 추억 속의 돈까스 맛을 느끼고 싶다면, 돈스파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진 촬영에 예민하신 사장님의 성격을 고려하여, 촬영 시에는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돈스파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텅 빈 푸드코트가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돈스파의 따뜻한 불빛은, 마치 희망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부천 맛집 돈스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준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