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뒷골목, 20년 넘은 노포의 깊은 맛! 애성회관 한우곰탕에서 찾은 서울 곰탕 맛집

오래된 골목길,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식당 하나가 문득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번잡한 서울 시청역 뒷골목,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애성회관’에서 그 갈증을 해소했다. 1998년부터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곰탕은 어떤 맛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평일 저녁,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환한 불빛 아래 ‘한우곰탕’ 네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파주장단콩 콩국수’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어, 곰탕뿐 아니라 콩국수도 이 집의 자랑거리임을 짐작하게 했다.

애성회관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인상적인 애성회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지 않은 공간에 테이블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혼자 온 손님보다는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혼밥 손님에게도 친절하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내어 한쪽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은 일렬로 쭉 붙어 있어 옆 테이블과의 경계가 모호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정겹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직원분께서 “몇 분이세요?” 하고 물으셨다. 혼자라고 답하니, 곧바로 메뉴를 물어보셨다. 메뉴판을 보니 한우곰탕(보통 10,000원, 특 12,000원)과 콩국수(보통 12,000원) 두 가지 식사 메뉴가 전부였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단골들만 안다는 ‘특특곰탕(15,000원)’도 있다고 한다. 고기 양이 더 많다기에 망설임 없이 특곰탕을 주문했다.

주문이 끝나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곰탕이 나왔다. 마치 주문을 기다렸다는 듯, 30초도 채 되지 않아 따뜻한 곰탕이 눈앞에 놓였다.

놋그릇에 담긴 곰탕은 맑은 국물에 넉넉하게 썰린 대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뽀얀 국물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맑은 국물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곰탕 안에는 밥과 함께 중면이 들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보통 곰탕에 들어가는 소면 대신 굵은 중면을 사용한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특곰탕 비주얼
맑은 국물과 푸짐한 고기가 인상적인 특곰탕

먼저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 맛보았다. 맑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마치 집에서 정성껏 끓인 소고기국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맛이었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아 더욱 좋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과 시원한 대파 향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곰탕에 들어있는 고기는 두툼하게 썰려 있었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보니 결대로 찢어질 정도로 연했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고기 자체에 염분이 살짝 스며들어 있어, 굳이 소스에 찍어 먹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다. 겨자소스가 함께 나왔으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았지만, 이 자체로도 훌륭했다.

밥은 미리 국물에 말아져 나오는 토렴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뜨겁지 않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잘 배어 있어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중면은 쫄깃한 식감이 독특했다. 곰탕에 밥과 면을 함께 넣어 먹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곰탕과 함께 제공되는 김치와 깍두기도 빼놓을 수 없다. 곰탕집 김치는 으레 신맛이 강하기 마련인데, 애성회관의 김치는 신맛보다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강했다. 적당히 익은 김치는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깍두기 역시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곰탕 한 입, 김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김치 맛이 너무 좋아서, 돈을 주고 따로 사 먹고 싶을 정도였다.

곰탕과 김치
곰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

정신없이 곰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따뜻한 미소로 화답해주셨다. 계산대 옆에는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주말 및 공휴일 제외)’이라고 적혀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 직전에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15분 만에 먹으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애성회관의 곰탕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소고기뭇국처럼,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따뜻한 고향의 맛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애성회관 내부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가득 차는 애성회관 내부

애성회관은 시청역 인근 직장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이다.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이지만, 회전율이 빨라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혼밥하기에도 부담 없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성비가 훌륭하다. 깔끔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 시원한 김치의 조화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곰탕의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성인 남성이라면 특곰탕을 시켜도 배가 덜 부를 수 있다. 넉넉하게 먹고 싶다면, ‘특특곰탕’을 주문하거나 공깃밥을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성회관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맑고 깊은 국물, 부드러운 고기, 시원한 김치의 삼박자를 갖춘 곰탕은, 추운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서울 시청 근처에서 든든하고 따뜻한 한 끼를 찾는다면, 애성회관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에는 꼭 ‘특특곰탕’에 도전해봐야겠다.

푸짐한 한상차림
곰탕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즐기는 한 끼 식사

총평:

* 맛: 4.5/5 (맑고 깊은 국물, 부드러운 고기, 시원한 김치의 완벽한 조화)
* 가격: 4/5 (가성비 좋은 가격)
* 분위기: 3/5 (다소 어수선하지만 정겨운 분위기)
* 서비스: 4/5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
* 재방문 의사: 90% (다음에는 ‘특특곰탕’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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