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으로 향하는 기차 안,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어느덧 짙푸른 녹음으로 가득했다. 내장산의 정기를 받아서일까, 유난히 맑고 깨끗하게 느껴지는 풍경에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 정읍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 미식의 향연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곳은 바로 ‘라피엘 우렁이쌈장’이었다. 싱싱한 쌈 채소에 쌉싸름한 우렁이 쌈장을 듬뿍 넣어 먹는 그 맛을 상상하며, 애써 침샘을 진정시켜야 했다.
정읍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라피엘 우렁이쌈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듯한 포근한 인상을 풍겼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가 더욱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테이블마다 깔끔하게 비닐이 씌워져 있는 모습에서, 위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느껴졌다.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우렁이쌈밥 정식을 기본으로 낙지, 돼지고기 주물럭, 한우 암소구이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혼자 방문했기에 우렁이쌈밥 정식 1인분은 주문이 안 된다는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2인분을 거뜬히 해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흔쾌히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는 형형색색의 반찬들로 가득 채워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주인공인 우렁이쌈장이었다. 뚝배기 안에는 잘게 다진 우렁이와 갖은 양념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쌈 채소는 신선함이 느껴지는 푸릇푸릇한 빛깔을 자랑했고, 깻잎, 상추, 배추 등 종류도 다양했다.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청국장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이 외에도 밴댕이 젓갈, 나물 반찬 등 다채로운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젓가락을 들어 우렁이쌈장을 맛보니,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시판 쌈장과는 확연히 다른 깊고 풍부한 맛은, 역시 특허를 받은 비법 쌈장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쌈 채소 위에 따뜻한 밥 한 숟갈, 그리고 우렁이쌈장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물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신선한 쌈 채소의 아삭함과 쌉싸름함, 고소한 우렁이쌈장의 조화는 완벽 그 자체였다.

청국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쿰쿰한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청국장은, 밥에 비벼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특히, 짭짤한 청국장과 신선한 쌈 채소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우렁이 초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삭아삭한 야채와 쫄깃한 우렁이의 식감은, 먹는 재미를 더했다. 다만, 간혹 비린 맛이 살짝 느껴지는 부분은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맛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시래기 들깨볶음은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밴댕이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뛰어났다. 김치는 역시 전라도 김치답게 깊고 시원한 맛을 자랑했다. 반찬들의 간이 대체로 잘 맞아서,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정신없이 쌈을 싸 먹고, 청국장을 비벼 먹다 보니 어느새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하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남은 반찬들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공기밥과 반찬들을 포장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다음 날 행군 점심에 비빔밥으로 먹으니, 그 맛은 더욱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입구에 놓인 우렁이쌈장 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도 이 맛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우렁이쌈장 2개를 구매했다. 쌈장을 들고 나오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방문객들의 후기처럼 낙지돼지주물럭은 가격 대비 평범하다는 평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 우렁이쌈밥 정식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식사 시간에는 손님들이 몰려 30분 정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라피엘 우렁이쌈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고향의 따뜻한 정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신선한 쌈 채소와 정갈한 밑반찬,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우렁이쌈장의 맛은, 정읍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다음에는 꼭 한우 암소구이 세트를 맛봐야겠다.
정읍 맛집 탐방은 성공적이었다. ‘라피엘 우렁이쌈장’에서 맛본 웰빙 쌈밥은,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정읍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