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묵직한 기대감을 안고 안산 단원구의 한 남도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사실, 올해 유난히 일찍 민어를 맛본 탓에, 가을이 오기 전에 제대로 된 민어의 풍미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남도 음식 특유의 푸근함과 깊은 맛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정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상가 건물 지하에 주차를 하고 2층으로 올라서니,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턱을 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도 고급 양주들의 공병 컬렉션이었습니다. 조니워커, 로얄 살루트, 발렌타인 등, 꽤나 다양한 종류가 빼곡히 진열된 모습은 마치 콜렉터의 방을 연상시켰습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여주는 독특한 첫인상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니, 민어는 물론 홍어, 덕자 등 남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음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메뉴판 한켠에 ‘싯가’라고 적힌 메뉴들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오늘은 민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반건조 민어찜 중자와 대자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큰 차이가 없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대자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민어탕도 1인분 추가했죠. 둘이 먹기에 충분하다는 사장님의 인심 좋은 말씀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습니다.
잠시 후, 남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짓수만 채우는 그런 흔한 밑반찬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시뻘건 묵은지를 필두로,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빈틈없이 테이블을 채웠습니다. 하나하나 맛을 보니, 역시나! 간은 조금 센 편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손맛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밥도둑이 따로 없더군요. 밑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싹 비웠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민어탕이 나왔습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일반적인 탕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큼지막한 그릇에 국처럼 담아져 나왔습니다. 뽀얀 국물은 마치 곰탕처럼 진하고 묵직했습니다. 보통 생선 맑은탕이라고 하면 맑고 깔끔한 국물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의 민어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민어 뼈를 푹 고아서 우려낸 덕분에, 국물은 마치 사골처럼 깊고 구수했습니다. 건더기로는 민어 살점은 거의 없고 뼈만 조금씩 보였는데, 그 뼈의 크기만 봐도 얼마나 큰 민어를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입 맛을 보니,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민어탕과는 비교불가였습니다. 어찌나 국물이 진하고 깊은지, 곰탕이라고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장님께서 밥을 말아 먹는 것을 추천해주셔서, 반쯤 남은 밥을 국물에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간이 딱 맞게 조화되면서,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습니다. 반찬도 훌륭한 데다, 민어탕까지 맛있으니, 이날 정말 과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어탕의 깊은 여운을 느끼고 있을 때쯤, 드디어 반건조 민어찜이 등장했습니다. 주문 후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먹기 좋게 손질된 민어찜은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대자 사이즈라 그런지, 셋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찜을 보니, 저절로 침이 고였습니다.
생선은 역시 뜯어 먹는 맛이 제격이죠. 민어찜 역시 큼지막한 서덜(생선 뼈)까지 함께 나와, 뜯어먹을 살점이 꽤 많았습니다. 확실히 서덜에 붙은 살은 더욱 고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 있는 민어찜은 마치 보리굴비와 비슷한 맛이었습니다. 반건조를 해서 그런지, 껍질은 쫄깃하고 살점은 탱탱했습니다. 간장 양념이 살짝 되어 있어서, 따로 찍어 먹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결국, 둘이서 민어찜을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것은 포장해 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밥상에 다시 꺼내 놓으니, 그 맛이 여전했습니다. 쫄깃한 껍질과 탱탱한 살점, 그리고 짭조름한 간이 어우러져, 훌륭한 반찬이 되어주었습니다.
이곳은 남도 음식, 특히 민어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안산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입니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낯설지만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은, 다음 방문을 기약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음에는 꼭 병어조림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곁들여 나오는 무, 감자, 고사리, 우거지 모두 밥도둑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함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음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주시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국내산 식재료만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맛 하나는 정말 보장할 수 있습니다. 전라도에서 직접 공수해온 식재료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손맛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조화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합니다.
다만, 주차 공간이 조금 협소하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와이프와 함께 방문해서, 남도의 풍성한 맛을 함께 느껴보고 싶습니다.

안산에서 제대로 된 남도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곳을 방문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진정한 전라도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